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주거 단지에선 쓰레기 분리배출이 필수다.
분리배출은 재활용의 시발점이며, 재활용은 곧 자원순환으로 이어진다.
쓰레기는 크게 종이, 페트, 캔, 유리, 비닐류로 분류된다.
이때 라면 봉지, 빵 봉지와 같이 접착제 혹은 은박코팅이 되어 있는 합성소재 제품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일반쓰레기로 분리되어 모두 소각해야 한다.
소각 과정에서는 ‘탄소’가 발생하는데, 이는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탄소경량소재응용연구그룹 최두영 수석연구원은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고, 쓰레기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SRF’ 소재를 개발하여
합성 플라스틱의 재활용 시대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탄소경량소재응용연구그룹 최두영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코로나19가 유행함에 따라 급격한 성장세를 띈 시장이 있다. 바로 ‘배달 시장’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했다. 플라스틱 용기가 쓰레기로 다량 배출된 것. 배달 용기는 대부분 PE(Polyethyl Ene, 폴리에틸렌)와 PP(Poly Propylene, 폴리프로필렌)로 제작되는데, 이는 투명 페트병과 달리 합성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또한 배달 용기가 담겨오는 비닐봉지도 합성 플라스틱으로 분류되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페트병 같은 경우에는 단일 소재로 이루어져있어 재활용이 용이합니다. 그렇기에 현재 페트병의 재활용 공정들은 잘 구축되어 있죠. 그런데 과자 봉지, 빵 봉지, 라면 봉지, 배달용기 등은 PP와 PE 복합소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른바 잡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며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소각하여 매립하거나 중국 등의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왔습니다.”
그러던 올해 초 환경부는 플라스틱 배출을 50% 줄이고 재활용률은 70%로 높이는 ‘자원재활용 2030’을 선언했다. 이로써 버려지는 소재들의 재활용률을 높여야 했지만 지금껏 합성 플라스틱 소재는 재활용 기술이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최두영 수석연구원은 기존에 ‘SRF(Solid Refuse Fuel, 고체연료)’로만 사용되던 복합재질 비닐류를 활용하여 고부가가치 재생 펠릿(Pellet)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나섰다.
“SRF란 합성 플라스틱을 분쇄하여 원통 형태로 만든 고체연료입니다. 현재까지는 발전소에서 연료로만 사용해왔는데, SRF가 플라스틱 소재로서 재활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사)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재활용업체들과 함께 힘을 모아 연구·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성분을 검사하고 있는 최두영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복합재질 폐비닐이 재활용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먼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비닐류를 선별·세척하여 잘게 분쇄한다. 이후 열을 가해 합성 플라스틱을 녹인 뒤 단단하게 뭉친다. 그러나 복합 플라스틱은 다양한 소재가 섞여있다 보니 쉽게 혼합되지 않아 강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최 수석연구원은 PP와 PE를 어떤 비율로 섞을 때 잘 뭉쳐지는지 연구했다. 나아가 단단하게 뭉쳐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 ‘커플링제(Coupling Agent)’의 황금 비율을 개발하여 강도가 개선된 복합재질 재생 펠릿을 만들었다.
“폐플라스틱 PP와 PE가 섞였을 때 촉매제 역할을 하는 커플링제를 첨가하지 않으면 재생소재물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즉 상품성과 강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에 물성을 높이기 위해선 화학적 개질 과정이 꼭 필요했으며, 그 과정을 거쳐 보다 우수한 품질의복합재질 재생 펠릿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최두영 수석연구원은 현재 복합재질 재생 펠릿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발한 제품은 지주대와 물받이 등의 저부가가치 제품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큰 화물을 지게차로 옮길 때 사용되는 파렛트(Pallet, 지게차를 통한 화물의 운송과 하역 및 보관에 쓸 수 있는 깔판)을 개발했다.
“파렛트의 경우 무거운 화물을 지지하고, 지게차로 운반하다 보니 파손되거나 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렇다보니 제품의 회전율도 빠른 편이죠. 또 건설, 운송, 화물 등 다방면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렛트는 한 번에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파렛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탄소경량소재응용연구그룹 최두영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최 수석연구원과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재질 재생 펠릿 경우 다른 신재 플라스틱 제품과 비교해 60~70%의 강도를 지니고 있다. 추후 강도를 높여 건설이나 토목 부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복합재질 폐플라스틱은 빨간색 비닐, 검정색 플라스틱 그릇 등으로 만든 소재다 보니 이것들을 녹여 하나로 뭉쳤을 때 검정 색상이 나오게 됩니다. 아무래도 미관용으로 사용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건설자재나, 인테리어를 할 때 가벽, 기둥 등으로 사용하여 위에 벽지나 페인트를 덧칠하는 식으로 상용화 방안을 잡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선 폐플라스틱과 합성 플라스틱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관 기업, 기관과 연계하여 신사업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단순히 쓰레기 혹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만 꼽히던 플라스틱의 재탄생. 합성 플라스틱이 쓸모 있게 활용되는 날까지 환경을 위한, 환경에 의한 연구는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