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경유, 휘발유 가격의 끝 모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유류비가 부담스러워 차를 아예 운행하지 않거나, 연비 올리는 법을 알아보기 바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윤혜원 선임연구원과 박현준 연구원이 소속된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부문 문경일 수석연구원 연구팀에서는
자동차 부품의 ‘코팅’만으로 부품 간의 마찰과 그로 인한 마모를 줄여
연비를 높이는 나노복합코팅을 위한 ‘다성분 단일 합금 타겟’을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다기능성 나노복합코팅을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여 상용화까지 마쳐 주목받고 있다.
철을 부품으로 가공하기 전의 표면은 거친 형태를 띠고 마모에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표면의 마모 및 마찰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코팅’을 진행해야 한다. 사실 코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팅을 하면 부품 외관의 색상 첨가뿐만 아니라, 마찰과 마모를 줄일 수 있고 전도성, 내열성, 내화학성, 발수 등의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노복합코팅은 기존 코팅에 비해 높은 경도를 가져 자동차·기계 부품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나노 크기의 결정상과 비정질상을 포함한 2개 이상의 원소를 부품에 코팅하는 것을 말한다. 문경일 박사 연구팀은 2009년부터 진행된 소재 원천 연구를 통해 다기능성 나노복합코팅 기술의 핵심인 단일 합금 타겟에 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였다. 이 기술은 다양한 원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동시에 다양한 특성 부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나노복합코팅기술의 국내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혜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코팅 시장의 경우 해외 선진사들이 코팅 기술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가 부품을 나노복합코팅하기 위해선 해외에 많은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죠. 이 기술은 해외 기술 의존 없이 국내 기술만으로 나노복합코팅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나노복합코팅 기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이 개발한 다성분 단일 합금 타겟 기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존 나노복합코팅은 주로 스퍼터링(Sputtering, 진공증착법)이라는 방식을 채택한다. 진공상태의 챔버 (Chamber, 진공실)안에 플라스마를 발생시키고, 이온화한 아르곤 등의 가스를 가속하여 타겟 (코팅재료, Targer)에 충돌시킨다. 이때 분출된 원자를 표면에 증착함으로써 코팅막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나노복합코팅은 복합소재 즉, 타겟(Target)이 2개 이상이기 때문에 공동 진공증착법(Co-Sputtering)을 활용하는데, 이때 챔버 내부의 여러 개의 타겟을 동시에 컨트롤해야 되며, 코팅 증착 시간도 오래 걸리고, 조성 설계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생기원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부분 연구팀은 여러 개의 원소를 ‘한 개의 타겟’으로 만드는 ‘다성분 단일 합금 타겟’을 개발했다.
다기능성 나노복합합금 타겟
생기원이 연구개발한 ‘다성분 단일 합금 타겟’은 2~3개 이상의 원소를 합금 분말로 만든 뒤 열과 압력을 가해 다시 한 개로 합친 것으로 여러 개의 원소 타겟을 사용하지 않아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연구팀에서는 다양한 원소 중 질소분위기에서 경질상을 형성하는 Zr(지르코늄)과 저마찰 특성을 나타내는 Cu(구리), 비정질 상을 형성하는 Si(규소)가 포함된 3원계 합금소재를 개발해 윤활 환경에서 그 효과가 배가 되는 코팅 소재를 개발했다.
박현준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다성분 단일 합금 타겟은 Zr, Cu, Si를 혼합했습니다. 이는 Zr-Cu-Si 세 원소가 자동차 윤활 환경에 노출되면 엔진오일과 상호작용을 하여 표면을 보호하는 트라이보 필름(분자결합피막)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필름이 자동차 부품들의 마모와 마찰을 줄어들게 해줍니다”라고 전했다.
다성분 단일 합금 타겟 연구개발 과정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 중 하나인 ‘피스톤 링’에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하중 1000N의 가혹한 시험환경에서 기존 피스톤 링에 적용된 CrN 코팅의 경우 24.56㎛ 높이의 코팅층을 쌓으면 9.27㎛의 코팅이 마모되어 15.29㎛만 남았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한 다성분 단일 합금 타겟을 활용하여 11.06㎛ 높이로 나노복합코팅을 했을 때 단 0.91㎛만 마모되어 9.605㎛의 코팅이 남아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혜원 선임연구원은 “기존 코팅에 비해 자동차 부품의 마모를 ‘75% 개선’하게 된 것”이라며 “마모와 마찰만 줄여도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문경일 박사 연구팀은 단일 합금 타겟 조성 및 제조, 다기능성 나노복합코팅에 관한 약 30개 이상의 국내외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윤혜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개발된 코팅 기술은 윤활 환경에서 우수한 특성이 확인되어 내연기관차 부품에 적용되었지만, 2030년부터는 전기자동차가 주력 생산되는 만큼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기자동차, 즉 무윤활 환경에 노출된 부품들의 내마모와 저마찰을 위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러 원소를 하나의 합금 형태로 만든 ‘다성분 단일 합금 타겟’은 증착 공정이 매우 단순해지면서도 조성 설계에 한계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향후 자동차를 넘어 에너지, 바이오, 로봇,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