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부터 추진 중인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실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며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 역시 제조업에 ICT를 융합하는 ‘제조업 혁신 3.0’을 통해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1만개 구축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제조업의 경우 약 90%가 50인 미만의 영세기업이기 때문에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기도 어렵지만, 복잡한 프로그램을 다룰 전문 인력도 부족해 여전히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이에 IT융합공정그룹 김보현 수석연구원팀이 영세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제조용 앱스토어’를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필요한 기능의 앱만 골라 다운받아 쓸 수 있는데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기업, 정보화 시스템 도입 시급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공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까지 2,800개 중소·중견기업에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2,200개 이상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공장의 ‘스마트화’가 먼 이야기로 느껴지는 곳이 많다. 제조업의 경우 50인 미만의 영세한 규모인 곳이 많아 IT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거나, 이를 구입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여전히 많은 공장에서 수많은 데이터들을 직접 수기로 작성하거나 데이터 정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IT융합공정그룹 김보현 수석연구원팀은 누구나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정보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생산관리시스템)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의 경우, 패키지로 구입해야 한다는 점, 또한 고가의 비용 때문에 중소기업에선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또 구입했다 하더라도 전체 패키지 중 정작 쓰는 기능은 몇 개 되지 않거나 기업의 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의 수정이나 보완 등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이를 다룰 수 있는 전산관리자와 같은 전문 인력 부족 문제까지 영세한 중소제조기업이 이러한 정보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 이에 김보현 수석연구원팀은 별도의 시스템 구축을 하지 않아도 PC를 이용해 제조업 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제조용 앱 플랫폼’을 개발했다. 우리
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떠올리면 쉽다. 내가 사용하고 싶은, 혹은 꼭 필요한 기능의 어플리케이션(앱)만 다운받으면 되기 때문에 사용 방법도 편리하다. 무엇보다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중소·중견기업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용자 맞춤형 제조용 앱 플랫폼 개발
김보현 수석연구원팀의 ‘제조용 앱 플랫폼’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PC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앱만 선택해서 다운받아 쓰면 되기 때문에 기존 패키지 형태의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어플리케이션만 하나씩 다운받아 쓰듯이 세분화된 기능의 프로그램(앱)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 김보현 수석연구원팀의 이번 기술의 중심에는 PnP(Plug&Play)플랫폼이 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은 사용자 중심의 PnP브라우저와 개발자 중심의 PnP 디벨로퍼로 나뉘게 된다. 먼저 PnP브라우저란 쉽게 말해 스마트폰의 IOS나 안드로이드처럼 다양한 제조 앱들을 구동할 수 있는 운영 플랫폼을 뜻한다. 즉, 제조용 앱은 PnP브라우저에서만 실행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실행 가능한 제조용 앱은 ‘제조용 앱스토어(www.mfg-app.
co.kr)’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다운받은 앱은 PnP브라우저에 자동으로 설치되고, 이 PnP브라우저와 앱스토어는 실시간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앱이 업그레이드되면 자동으로 PnP브라우저에서 사용자에게 알려주게 된다. 이때 사용자가 확인 후 동의를 하면 바로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별도의 유지보수 비용이 들지 않는다. PnP디벨로퍼는 제조용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 라이브러리와 개발 툴을 제공하는 개발자 전용 플랫폼이다. 앱 개발자들이 제각각 다르다보니 하나의 소프트웨어처럼 보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선 나름의 기준이 필요했던 것. 앱 개발자들은 이 PnP디벨로퍼를 이용해 앱을 개발하고 개발된 앱은 김보현 수석연구원팀이 심사와 평가를 거쳐 최종 승인을 하고난 뒤 제조용 앱스토어에 올릴 수 있게 된다.
스마트공장으로 가는 초석 마련
지난 2010년, ‘제조용 앱 플랫폼’ 기술 개발을 시작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은 어디에도 없었다. 김보현 수석연구원팀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개념을 차용해 PC에서 구동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PC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로도 사용 가능하며 현재 개발된 제조용 앱은 약 100여 개에 이른다. 제품 개발 및 생산, 자재·재고·구매 관리, 거래처 관리, 조직 관리 등 제조용 앱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협업지원 기능도 있다. 예를들어 협력업체와 일을 할 때 일정관리 앱을 함께 사용한다면, 언제 얼만큼 의 부품이 오고 갔는지, 또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해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지금도 신규 제조용 앱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으며, 나아가 생기원 내 다른 연구자들의 노하우도 앱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앱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조용 앱은 작년 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데 이어 앞으로는 기본 플랫폼을 유지보수하면서 앱을 구동하는 데 있어 문제는 없는지 살필 계획이다. 또한 더 많은 중소제조기업에서 개발된 제조용 앱에 대해 인지하고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에도 힘쓸 예정이다.
김보현 수석연구원은 생기원 입사 당시부터 제조기업의 정보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제조기업은 데이터 관리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지, 또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하고 분석할지 등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도출해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막상 제조기업 생산현장을 찾아가보면 여전히 다양한 데이터들을 수기로 작성하거나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생산설비들의 노후화로 IoT(사물인터넷)과 같은 최신 기술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현 시점에서는 이런 영세 중소제조기업에서 정보화 시스템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이번 ‘제조용 앱 플랫폼’ 기술 개발 역시 훗날 스마트 공장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보현 수석연구원팀은 앞으로도 중소제조기업의 정보화 시스템 구축에 힘을 보태고 나아가 대한민국 스마트 공장화를 앞당기기 위해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앞장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