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와 기술력을 모두 담고 있는 자동차 시장은 내장재와 부품의 변화상만 살펴봐도 시대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자동차 필터 역시 과거에 비해 더욱 미세하고 수준 높은 성능을 요구한다. 갈수록 먼지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요즘, 자동차 필터가 중요한 이유다. 세계 최고의 필터 제품을 생산해 녹색기업의 위상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에코프로를 찾아가 봤다.
국내 최초 차량용 콤비필터 개발
에코프로는 ‘녹색기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1998년 설립된 환경소재 및 시스템 구축 기업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친환경 소재사업’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곳곳에서 ‘이제는 환경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라는 이야기가 언급되긴 했지만 경기 가속화와 불황을 동시에 경험한 시대인 만큼 환경에 대해서는 선뜻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에코프로에서 초창기부터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김인기 차장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친환경소재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이 분야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죠. 게다가 자동차 필터는 대부분 외산제품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때 저희 회사가 환경소재분야로 명확하게 방향성을 잡은 이유는 환경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란 판단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뜻을 모아 회사를 설립했고, 초기 2~3년 동안은 R&D 위주로 연구를 이어갔어요. 실험실도 변변치 않았고, 여러모로 환경은 열악했지만 꾸준히 신규아이템을 탐색해 결국 미세먼지와 악취 등을 제거하는 필터를 개발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에코프로는 먼저 필터 소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될수록 막막함만 밀려왔다. 경쟁상대가 외산제품이기에 품질은 물론 가격 조건까지 월등히 높아야 했기 때문이다. 숱한 어려움 끝에 다양한 필터를 개발하기까지 경영진은 물론 온 직원이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탰다. 그렇게 개발한 제품 중 대표적인 것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차량용 콤비네이션 에어컨디셔너 필터(이하 콤비필터)다.
“이 필터는 생기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함께 개발한 제품입니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유해가스와 자동차 실내에서 악순환 되는 오염공기를 제거해 줍니다. 흡착재의 핵심소재는 저희가 만들고 가공은 생기원에서 함께해주고 계세요. 최근 차종이 확대되면서 콤비필터 매출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 시장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라 늘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하죠.”
가스흡착성능 8가지 분야 보유… 세계 유일의 스펙
자동차 필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스’와 ‘먼지’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용섬유그룹 여상영 수석연구원은 “먼지를 포집하는 소재는 부직포를 사용하고 가스는 활성탄을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활성탄은 흡착성이 강한 탄소질로 구성돼 흡착제 혹은 탈색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그냥 활성탄이 아니라 일정한 화학처리를 통해 특정한 유해가스만 흡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활성탄 제조기술이 에코프로가 보유한 기술이며, 첨착된 활성탄이라고 하죠. 물론 이것을 만드는 업체는 여러 곳이 있지만 시장에서도 에코프로의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어요. 생기원이 지원한 기술은 부직포 제조에 관련된 것입니다. 이 기술은 활성탄에 화학물질을 첨착시킨 ‘첨착 활성탄’을 부직포에 어떻게 고정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가스 포집을 위해 활성탄을 많이 넣으면 압력이 높아져 송풍이 원활하지 않고, 활성탄을 너무 적게 넣으면 가스 포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상충되는 두 개의 값을 최적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다는 여상영 수석연구원.
“결국 계속된 개발을 거쳐 지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필터에 활성탄을 고정할 때 사용하는 바인더를 화학 바인더가 아니라, 섬유상 바인더를 사용하는 제품을 개발한 거죠. 필터는 첨착 활성탄을 부직포에 균일하게 뿌려 고정시켜야 하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정을 위해 저렴하고 기술이 용이한 화학 바인더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화학 바인더는 활성탄 가스 흡착 성능이 저하되고 냄새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새 차 냄새’가 사실은 화학 바인더 냄새죠. 저희는 같은 분량의 활성탄을 넣어도 효과가 높아질 수 있도록 섬유 형태의 무기바인더를 만들었습니다. 겉과 속의 융점이 다른 성질의 섬유를 이용해 활성탄을 고정시켰죠.”
이렇게 개발된 필터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험생산이 필요한데, 생기원이 국내 유일하게 부직포 제조 파일럿을 보유하고 있어 성공적으로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무기바인더를 이용한 첨착 활성탄 필터는 이전 제품에 비해 성능도 뛰어났다. 집진효율은 타사 제품에 비해 15%이상 높게 나타났고, 가스 흡착 성능에서도 앞서 있다. 통상적으로 3~4개의 품질기준만 만족시키지만 에코프로 필터는 총 8가지의 품질기준을 갖추고 있다.
“미세먼지 뿐 아니라 악취로 느끼는 불쾌한 냄새까지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암모니아,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벤젠, 노말부탄 등 인체에 유해한 가스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도록 했어요. 포집할 수 있는 유해 가스 및 물질의 개수만 8가지에요. 보통은 3~4개 포집하는 것에서 만족하죠. 또한 타 경쟁사는 70%의 포집 성능만 보여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저희는 85%까지 성능을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가스와 먼지는 포집하더라도 송풍 역시 원활하도록 만들었어요.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스펙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필터는 저희 제품 뿐입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고 있는 에코프로의 필터. 하지만 제품 개발은 물론 개발한 부품을 검증받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개발 기간도 길고, 무엇보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부품은 검증이 오래 걸려요. 매출 발생 시점이 길어지다 보니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게 여의치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기업은 성과가 나야하는데, 그동안 저희는 연구개발만으로 거의 10년을 소요했으니까요. 이 프로젝트를 그만해야 하나, 하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 였으니 매우 심각한 상황까지 갔던 거죠.”
필터를 만든 세월만 장장 20년이다. 김인기 차장은 “앞으로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상영 수석연구원도 에코프로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에코프로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중국에도 아주 절실한 제품입니다. 이에 생기원에서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어요. 이를 계기로 앞으로 에코프로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할 계획입니다.”
김인기 차장은 “생기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연구결과가 가능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생기원과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 목표는 미세먼지에 이어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다. 더 많은 사람이 깨끗한 공기를 누릴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에코프로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