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 관리는 세계적인 추세
과학기술의 발전이 과연 더 안전한 시대를 만들었는가? 물음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재난은 점점 대형화되고, 새로운 종류의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복합적인 위험들까지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상현상들이 목격되고 있고, 도시화가 빠르게 가속화하며 녹지가 줄어들었다. 교통수단 역시 더욱 커지고, 고속화되어가며 이에 따른 물적, 인적 피해가 뒤따르고 있다. 비단 국내만의 일은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우리는 이 시대의 위험성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잦은 재난을 겪은 선진국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았다. 일본은 앞으로 5년간 소방방재 분야에 연구와 개발을 투자해, 소방방재 과학기술을 향상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같은 섬나라 영국은 공공과 민간의 재난 예측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비상사태 발생 시 초기대응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재난에 대한 수습과 복구가 중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것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나아가 과학기술력까지 갖춘 선진국들은 사전에 재난을 탐지하고, 예측하는 기술과 실시간 상황정보 공유를 통해 사고에 대비하고, 인명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실제 미국은 재난안전 분야에 매년 4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재난이 잦은 일본은 매년 2조 4천억 원을 재난 예방에 투자해 복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동안 우리는 재난을 돌발적인 특징으로만 취급해왔다. 재난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리하여 2015년 국가적 차원의 안전 예산 규모를 14.6조 원으로 편성하였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7개의 기능으로 분류하였다.

재난안전관리 스마트 시스템
우리는 지난해 대형사고를 경험했다. 사고를 통해 얻은 결론은 재난관리의 전면적인 수정이었다. 바뀐 결과들을 살펴보면 컨트롤타워 기능강화를 위한 국민안전처가 설립되었고, 사회·자연·해양 등으로 구분되던 기능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계획도 수립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고 수습에 대한 대응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기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전략까지 추가하여, 재난을 적극 예측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재난안전관리 스마트 시스템’이다. 민간과 공공의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재난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항공우주기술, 로봇기술,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들이 활용된다. 복구나 대응보다 예방과 대비에 초점을 맞춰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재난안전관리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우선시 되는 것은 통합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부서들이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인해 재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재난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다양한 기관들이 재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통합된 하나의 플랫폼이 필요했다. ‘스마트 재난상황관리 시스템’의 스마트 빅보드에는 흩어진 정보가 통합되어, 하나의 지도에 표시된다. 다양한 부서들이 하나의 지도를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는다. 또한 재난유형별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시뮬레이션 빅보드, 스마트 CCTV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재난현장을 살피는 시큐리티 빅보드, 과거 재난 통계를 활용한 세이프티 빅보드 등 지도가 지원하는 기능 또한 스마트하다.
실제 우리가 자주 겪는 자연재해는 수해가 대표적이다. 국토관측센서를 활용한 수재해 예측 기술도 개발 중이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국지성 수재해와 수문정보 예측,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가뭄을 예측하는 기술, 위성과 레이더 등을 활용한 홍수위험도와 지역 유형별 수재해 저감설계 기술 등 수해를 예방하기 위한 첨단 기술들이다. 또한 사물인터넷 역시 재난을 예방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저전력 사물인터넷 통신을 이용해 지하의 정보를 수집하고, 지하공간을 3D로 융합해 이상상황이 발견될 시 조기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상하수도, 도시철도, 지질환경과 지하수 등 살펴보기 어려운 곳인 지하공간을 첨단 기술을 통해 실시간 상황을 분석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로봇공학기술 역시 재난 복구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로봇슈트 ‘하이퍼’는 아이언맨처럼 몸에 착용하는 외골격 형태의 로봇이다. 하이퍼를 착용
하면 30kg의 물건도 가볍게 들 수 있어, 마치 재난 현장의 슈퍼맨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재난에 대한 복구만을 논의하는 시대가 아니다. 재난을 빠르게 예측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진 시대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재난을 미리 알면 피해 역시 줄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재난 안전관리 스마트 시스템은 우리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