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쏙옙占싱억옙占쏙옙

사이언스 프리뷰

占쏙옙占�
백두산의 힘
2019.05.14


백두산은 활화산이다. 중년 이상인 세대는 백두산은 휴화산, 한라산은 사화산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두 산 모두 활화산이라는 사실이 이미 오래 전에 정립되었는데, 이런 사실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활화산이라고 늘 분화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 대략 1만 년 내에 화산이 분출한 적이 있고 내부에 마그마가 남아 있어 분출할 가능성이 있는 곳을 활화산으로 정의하며, 현재 지구상에 1,400여 개 정도가 확인되고 있다. 백두산은 활화산일 뿐만 아니라 23백만 년 전에 있었던, 지구 역사를 통틀어 손꼽을 거대 화산 활동의 흔적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소수의 화산 중 하나다. 심지어 그 중에서 가장 크다.

 

백두산이 가장 최근에 분화한 것은 서기 946년이니 1만 년 전이 아니라 고작 1천 년 전이다. 이는 역사에 기록된 최대 규모의 화산 분화 가운데 하나인데 당시 하늘로 뿌려진 화산재가 한반도 전체를 1미터 두께로 덮을 만한 양이었다니 주변에 얼마나 큰 재앙이 덮쳤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었기에 망정이지 근처에 큰 도시가 있었다면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폐허가 된 폼페이 이상의 참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당시 분화의 총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 16만 개가 한꺼번에 터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 백두산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그 징후가 처음 포착되었는데, 중국 장백산화산관측소 연구팀이 2012<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평상시 한 달 평균 7회이던 지진 발생 횟수가 2002~2005년에는 한 달 평균 72, 3천여 회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200311월에는 지진이 무려 243회나 일어났는데 대부분의 지진이 천지 아래에서 발생했고 규모도 평상시보다 컸다. 이후 그 빈도가 다시 낮아졌지만 2017년에 10, 2018년에는 20여 회로 다시 증가 추세에 있고, 주변 온천수는 2000년대 초 이후 계속 높아지는 중이다. 말하자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만일 분화가 일어날 경우 예상되는 피해는 측정이 어려울 정도다. 946년 분화의 1/100 규모만 되어도 대재앙에 준하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화산분화지수 5~6의 폭발이 일어나 10의 분출물과 높이 25의 분연주가 발생할 것으로 가정해 계산한 결과 6시간 만에 백두산 인근에 30의 화산재가 쌓이고 일본 홋카이도까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화산 분화 역시 지진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주변의 지진, 지표 변화, 가스 검출과 같은 화산 현상 관측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고 탄성파 검사 등 첨단장비를 이용해 마그마 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백두산이 북한 영토라는 지정학적 장벽이 문제가 된다. 현재 우리 정부가 가진 최신 데이터는 작년에 중국에서 받은 것인데, 그것이 2017년에 백두산을 관측한 자료이니 실시간과는 거리가 멀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와 관련된 만큼 남북한이 공동연구를 추진하자는 의견이 교환되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작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원체 복잡하다보니 공동연구 추진이 빠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남한을 제외한 북한, 미국, 영국, 중국 연구자들이 2013년부터 북한 쪽 백두산에서 관측 활동을 펼치는 중인데,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개최되어 그 심각성이 재조명되었다.

 

물론 분화의 시점은 지질학적 시간 척도로 본 관점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백 년 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급할 것이 뭐 있나 싶을 수 있지만 언제가 되었든 분화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들은 수백 년 후에 수천 분의 1의 확률로 일어날지 모를 소행성의 충돌에도 진지하게 대비하고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비록 가능성이 낮더라도 막상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백두산 분화도 내년을 대비하는 것이 수백 년 후를 대비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백두산은 한라산과 함께 통일의 상징으로 불리는 민족의 영산이다. 하지만 지질학적 측면에서 보면 두려운 존재이다. 천 년 전 그날은 아마도 파괴와 공포 그 자체였겠지만, 이제 우리는 그때와 달리 이 거대한 산의 응축된 힘을 대비하고 통제할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치나 국제관계 같은 다른 문제들이 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중지를 모아 현명하고 신속하게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


필자소개----------------------------------------------------------------------------------------


파토 (원종우)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20대 중반에 인디레이블 운동을 주창,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이후 영국에서 기타로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딴지일보』에 합류하여 음악, 문화, 역사, 과학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5년 동안 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벙커원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개 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과학자, 작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과학 전시, 강연, 공연을 기획·연출하면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