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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율주행차 도입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2019.08.14

글로벌 컨설팅회사 KPMG 2019년 ‘자율주행차 준비지수 보고서’



▲지난해 자율주행차 시험 도중 두 명이 숨지는 일이 일어났지만 연구자들은 교통 사고 사망자 수를 줄일 확실한 방법으로 자율주행차 도입을 꼽고 있다. 실버바인 제공


구글의 자율주행차 계열사 웨이모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로부터 자율주행차에 승객을 태워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 캘리포니아주는 웨이모에 '자율주행차 시범 승객 서비스' 시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승인했다. 이에 따라 웨이모는 자율주행차로 승객을 수송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직 요금을 부과할 수 없고 승객 안전을 위해 운전석에는 반드시 운전사가 타야 한다. 캘리포니아주가 추진하는 시범 승객 서비스 허가를 받은 기업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자율주행 완성차 벤처회사 죽스가 최초로 허가를 받았고 포니AI와 오토X도 허가를 받았다.


핀란드도 자율주행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핀란드가 주목하는 분야는 공공 교통이다. 지난 3월 핀란드 자율주행차량 기업 센서블4와 일본 라이프스타일 유통업체 무지가 세계 최초로 모든 기상 상태에서 운전이 가능한 자율주행 버스 가차를 출시했다. 센서블4는 도로 주행, 탐색 및 장애물 탐지 시스템 등 운행 기술을 제공하고 무지는 차량의 기능적 디자인, 사용자 경험 최적화를 담당했다. 가차가 처음으로 시험 운전을 하게 될 곳은 핀란드 수도의 랜드마크이자 헬싱키 중앙도서관 앞이다. 이들 기업은 연말까지 헤밀리나, 반타, 헬싱키에서 차례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수년 새 세계 곳곳에서 자율주행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전 세계 교통사고 사망자를 135만 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3년 전인 2013년 125만 명보다 10만 명 늘어난 수치다. WHO는 이 가운데 십중팔구가 인간의 실수, 즉 ‘휴먼 에러’로 인해 사고가 났다고 보고 있다. 연구자들과 기업들은 비록 지난해 자율주행차량 테스트 과정에서 두 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지만 교통사고에서 인간 에러를 획기적으로 줄일 혁신적 방안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꼽고 있다. 


노르웨이는 이미 지난해 운전자가 타지 않은 자율주행 미니버스의 공공 도로 시범 운행을 위한 법제화를 마쳤다. 중국 정부 역시 지난해 공공 도로에서의 자율운행 차량의 시범 운행에 대해 첫 허가를 내렸다. 독일은 2021년까지 법제화를 마친다는 계획을 내놨다. 네덜란드 교통부도 자율주행차에 운전면허를 주고 자율주행 방식의 화물트럭 운용을 위한 종합계획을 공개했다. 유럽연합는 지난해 5월 도로와 통신 네트워크 정비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량의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와 유통회사 월마트, 운송 스타트업인 포스트메이츠가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해 식료품 배송 시범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각국이 속속 자율주행차 도입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지만 국가마다 진행 상황은 서로 다르다.


다국적컨설팅회사 KPMG가 자율주행차 도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전 세계 25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준비상황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자율주행차 도입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국가는 네덜란드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싱가포르, 노르웨이, 미국, 스웨덴 핀란드가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사회적 준비가 잘 이뤄진 나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일본(10위)에 이어 13번째로 준비가 잘 된 나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한국의 성적은 지난해 10위에서 세 계단 내려간 것이다. 중국 역시 지난해 16위에서 올해는 네 계단 내려간 20위로 떨어졌다. 


이번 평가에 사용된 자율주행차준비지수(AVRI)는 자율주행 트럭과 버스 등 공공영역을 포함해 자율주행차 도입과 운용을 위한 사회와 인프라의 준비 상태를 점수로 평가한 것이다. 정책과 입법, 기술과 혁신, 기반 설비와 소비자 수용성 등 4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자율주행차량 국가별 준비현황 자료. KPMG 제공 

 

이번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네덜란드는 유럽연합의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자율주행차량의 최우선 도입 분야로 화물 운송을 꼽고 핵심 노선을 발굴해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앤트워프까지와 로테르담에서 루르 계곡까지 두 개 구간에서 100대 이상 무리를 지은 자율주행 트럭 군집 운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자율주행차 소유주를 위한 운전면허 발급 방침을 발표하는 등 위험요소와 법적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자율주행자동차법을 마련했다. 이 법은 영국이나 호주, 프랑스 등 주변국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기버스를 비롯해 택시 등 공공 교통수단을 자율주행차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공대 주도로 신호등과 고층건물, 버스정류장 등을 갖추고 열대 습한 환경에서도 테스트를 수행할 테스트 마을까지 조성한 상태다. 싱가포르는 2020년까지 대학 캠퍼스를 비롯해 몇 개 지역에 자율주행 미니버스를 정식으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노르웨이와 프랑스도 이미 채택한 모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헝가리 등과 함께 자율주행차량 도입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부처 내 단일 조직을 설립하는 등 국가 차원의 강력한 추진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 역시 지난해 1월 공공 도로에서의 자율주행차량 테스트를 합법화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자율주행 버스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세금 감면 정책을 함께 추진하면서 현재 노르웨이에서 팔리는 차량의 40%는 부분적인 자율주행 기능이 들어 있는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캘리포니아주 외에도 오하이오주를 비롯해 미시간, 매사추세츠주 등이 자율주행차량 도입을 장려하는 조직을 만들고 법제 정비에 들어갔다. 자율주행차 도입 준비에서 세계 5위인 스웨덴은 전기 트럭이 도로를 달리며 충전하는 온라인 전기 공급 기술과 함께 두 곳의 물류 센터를 잇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7위인 영국은 국가 주도로 데이터 개발에 힘을 쏟고 있고 이스라엘은 혁신 생태계를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자율주행차량 도입 준비태세가 가장 잘 된 나라들의 공통점은 기술력은 세계 최고가 아니라도 인프라와 주민 수용성, 법률 정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기술력과 정책은 각각 세계 10위와 5위에 머물지만 인프라와 소비자 수용성이 각각 1위와 2위로 가장 높다. 싱가포르는 법률과 소비자 수용성이 세계 1위이고 인프라가 2위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역시 소비자 수용성이 세계 3위로 조사됐다. 반면 13위를 차지한 한국은 인프라는 세계 4위, 기술은 세계 7위로 나타났지만 정책 및 법제화 수준은 16위, 수용성은 19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상위권 국가의 경우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관련 기업과 제휴를 확대하는 한편 혁신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기술 혁신에 주력할 경우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을 포함해 기술과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들은 상당수가 규제 등으로 중간 수준 점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의 경우 규제를 개선하고 자율주행기술에 집중하는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상위권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인프라 부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한국과 일본, 호주, 오스트리아, 스웨덴, 아랍에미리트(UAE)는 정책과 법제화 부분에서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는 자율주행 관련 규제와 연구기관 설립이 전체적인 순위 상승에 보탬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다양한 실증 연구와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부족한 국가들은 자율주행차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준비가 가장 미흡한 나라로 나타난 브라질은 차량 차량 효율 개선과 안전성 확보 등 제반 연구에서 미흡하다. 러시아와 멕시코, 인도도 브라질보다 근소한 점수로 겨우 앞서고 있다. 이들 국가도 브라질과 상황은 거의 마찬가지 상태다. 보고서는 정부의 인센티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가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춘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연구설비를 갖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국적컨설팅회사 KPMG가 최근 발행한 2019 자율주행차 준비지수 보고서. KPM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