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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페이스북도 탐낸 ‘로봇 핸드’ 10년간 열정으로 ‘진일보’
2019.12.16



이상엽 원익로보틱스 개발팀장과 배지훈 생산기술연구원 박사가 ‘알레그로 핸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사람의 손은 다양한 물체를 잡는 데 알맞게 진화했다. 손가락의 관절을 자유자재로 구부려 자연스럽게 물건을 잡는 메커니즘을 로봇으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센서 기술을 이용해 가볍고 작은 물체부터 무겁고 큰 물체까지 잡는 동작을 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세기와 힘으로 잡고 얼마나 빠르게 잡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사람의 손이 어떻게 물건을 잡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정의가 돼 있지 않다. 


배지훈 융합생산기술연구소 로봇그룹 박사는 2012년 서비스 로봇 기업 원익로보틱스에 로봇 핸드 기술을 이전했다. 원익로보틱스는 배 박사의 로봇 핸드를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알레그로 핸드’를 상용화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기업은 물론 미국에 설립된 도요타연구소(TRI)’ 등이 물건을 잡는 ‘파지 로봇' 연구 플랫폼으로 알레그로 핸드를 쓰고 있다. 


상용화 7년만에 누적 판매대수 100대 달성


원익로보틱스는 알레그로 핸드 상용화 7년만에 누적 100대 판매를 달성했다. 아직 전체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90대 이상이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술강국에 팔려나갔다. 주요 소비자는 국내에서는 LG와 현대, 해외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TRI 등이다. 당장 산업현장에 적용된다기보다는 파지 로봇 핸드 플랫폼 연구를 위한 연구용 제품이다. 



원익로보틱스가 상용화한 ‘알레그로 핸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형 로봇이 등장하며 최첨단 로봇 기술이 진일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부적인 능력으로 따져보면 얘기가 다르다. 로봇 팔이나 로봇 청소기를 흔히 볼 수 있는 정도다. 인간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슈트도 있다.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는 로봇은 로봇 팔에 특정 작업을 위한 툴을 결합해 용접이나 손으로 잡는 기능을 하는 방식이 많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 로봇 핸드의 수요는 다양해지고 있다. 대량 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산업의 트렌드가 바뀌다 보니 로봇이 다뤄야 하는 부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부품 하나당 전용 툴이 필요한 실정이다. 부품별로 필요한 전용 툴을 인덱싱해 부품마다 파지하는 역할을 하는 툴을 제작해야 한다. 


알레그로 핸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 산업현장은 물론 다양한 기계 제어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데 적합한 연구용 로봇 손이다. 일례로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을 연구하며 AI를 실제 로봇에 적용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알레그로 핸드를 활용한다. 


배 박사는 “알레그로 핸드는 기계 제어 분야 연구는 물론 AI의 요소기술인 머신러닝 분야 연구로 플랫폼이 확장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수요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연구자와 시뮬레이션 전문가, 10여년전 의기투합이 결실로



배지훈 생기원 박사와 이상엽 팀장이 ‘알레그로 핸드’를 조작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이 당초 로봇 핸드를 기술이전 한 기업은 ‘심랩’이라는 기업이다. 심랩은 2016년 원익로보틱스로 회사 이름을 바꿔달았다. 배 박사는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전공하고 경북 포항지능로봇연구소(현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당시 개발한 알고리즘을 구현할만한 로봇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었다. 때마침 심랩 소속으로 포스텍 석사 과정에서 공부를 하던 이상엽 원익로보틱스 개발팀장과 인연이 닿았다. 


이 팀장은 당시 심랩 소속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구동시키는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배 박사와 이 팀장은 의기투합했고 배 박사가 앞서 개발한 알고리즘을 심랩이 개발한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배 박사는 시뮬레이터로 가능성을 확인하자 생기원에 합류해 2010년 첫 로봇 핸드를 개발했다. 이 로봇 핸드는 관절이 모두 16개로, 독립적으로 힘을 제어해 구현할 수 있는 동작 자유도가 몹시 높았다. 물체를 잡는 파지 동작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구현된 것이다.  



배지훈 박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 핸드의 진가를 알아본 당시 심랩은 ‘알레그로 핸드’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배 박사가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심랩에 제공하고 이를 업그레이드해 심랩이 상용화한 것이다. 


이 팀장은 “알레그로 핸드를 상용화할 때 파트를 어떻게 설계했고 알고리즘을 개발했는지를 배 박사와 함께 검토했다”며 “수요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하는데 배 박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알레그로 핸드를 판매하려면 내구성과 사후관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품 관점에서 개선하는 기업의 노하우를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시스템에 들어가는 보드는 단순화하고 전체 배선을 줄이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이 팀장은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설계의 핵심 부분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마다 배 박사와의 공동 연구로 빠르게 상용화 할 수 있었다”며 “다년간 연구했던 노하우까지 전수받아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지금까지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파지 로봇 핸드 연구 플랫폼 진화는 ‘진행형’


원익로보틱스가 알레그로 핸드를 상용화한 지 2년이 지난 2014년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연구진은 알레그로 핸드를 활용해 우주 쓰레기를 ‘파지’하는 로봇 알고리즘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수없이 많은 알고리즘을 실험해 최적화한 로봇 시스템을 구현한 이 연구에 활용된 것이 알레그로 핸드다. 



이상엽 원익로보틱스 개발팀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 팀장은 “약 7년간 알레그로 핸드 사업을 해오며 다양한 연구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현재 5번째 버전을 검토 중인데 혁신적인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은 조금 더 작으면서도 잡는 힘이 센 알레그로 핸드를 기대하고 있다. 배선을 일체형으로 해 디자인을 개선해달라는 요구와 로봇 팔과의 연결성을 고려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배 박사는 “이 같은 수요자들의 개선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한 차기 제품을 기획하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있다”며 “기술적 노하우를 제공해 센서를 고도화하고 작고 파워풀하게 만드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