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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얼음 최소면적이었다던데 올 겨울 얼마나 추울까
2019.12.16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치는 원인을 분석한 그림


매달 하순이 되면 기상청은 다음 3개월 기상전망을 발표한다. 지난달 말에도 기상청은 어김없이 ‘3개월(12월~2020년 2월) 기상전망’을 발표했다.


3개월 기상전망에 따르면 올 겨울은 차가운 대륙고기압 세력이 평년보다 강하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것으로 봤다. 지난 30년간 평균 기온을 평년기온이라고 하는데 12월 평년기온은 1~2도, 1월은 영하 1.6도~영하 0.4도, 2월은 0.4~1.8도인데 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 예측한 이유는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서인도양과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30도 내외로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바닷물 온도가 높으면 동아시아 대기 상층에 온난한 고기압성 흐름과 기온 상승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상청은 때때로 대륙고기압의 확장으로 북쪽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북극해 얼음면적이 지난 9월에 연중 최소면적을 기록했는데 이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적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올 겨울 기온을 끌어내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얼음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 상층에 고기압성 흐름이 발생하고 이를 따라서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일시적인 추위를 몰고 온다는 것이다.



북극 얼음이 줄어드는데 왜 추워지지?



북극의 얼음이 줄어드는 이유는 뉴스에서 귀가 따갑도록 듣는 ‘지구온난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구가 점점 더워져서 북극 얼음이 녹는다면 겨울이 따뜻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 반대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매년 겨울철 북미 대륙에 혹한과 폭설이 내리면 어김없이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동부에 엄청난 눈과 추위가 찾아왔다. 과학자들이 그렇게 떠들던 지구온난화가 지금 필요한 것 같다”라고 비꼬는 식이다.


지구의 기상과 기후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북극 얼음 크기와 추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극 진동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2017~2018년 한반도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때 언론지상에 가장 많이 언급됐던 기상용어가 북극진동과 극소용돌이, 블로킹 현상이다.


북극진동이란 극지방에 있는 차가운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 십일이나 수 년, 또는 수십 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 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 상공에는 극 주변을 소용돌이처럼 감싸고 도는 ‘극와류’(polar vortex)라고 불리는 제트기류가 형성돼 있다. 평소에는 이 제트기류가 북극 한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벽 역할을 한다.



 ▲ 겨울 한파가 한반도에 몰아친 모습.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져 북극의 바다얼음이 녹게 되면 수증기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시베리아 지역에 내리는 눈이 늘어나고 고기압이 발달하게 된다. 여기에 인도양과 서태평양 지역 바닷물 온도까지 높아지면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압차가 줄면서 극와류가 약해지고 흐름도 느려져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구불구불해지게 된다. 이처럼 사행(蛇行, 뱀처럼 기어다님)하는 제트기류는 힘이 약해져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차가운 북쪽 공기가 한반도나 유럽, 북미지역으로 내려와 많은 눈과 함께 한파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극지방의 온도가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방어선인 제트기류를 중위도 지역까지 밀고 내려온 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혹한이다.


한반도에 혹한을 부르는 또 하나의 원인은 ‘우랄 블로킹’이다. 카자흐스탄 북부에서 북극해까지 러시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이루는 것이 바로 러시아 우랄산맥이다. 가뜩이나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우랄산맥과 카라해 인근에서 형성된 상층고기압에 가로막혀 굽이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밀려드는 것이 한파의 또 다른 원인이다.


기상학에서 블로킹은 특정 지역에 고기압이 발생해 오랜 기간 정체돼 저기압의 진행경로를 방해하거나 역행시키는 것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블로킹 현상은 극지방의 얼음 면적이 줄어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어두는 제트 기류의 힘이 약화될 때 강하게 나타난다. 북극진동과 블로킹 현상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강해질 수 밖에 없으며 항상 같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겨울에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 맞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온이 뚝 떨어져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운 날씨가 되면 ‘지구온난화라면서 겨울도 좀 따뜻해야 하는 것 아냐’라고 투덜댄다. 마치 트럼프 대통령처럼 말이다. 이런 반응은 기후와 날씨(기상)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공기의 상태를 말한다. 공기는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날씨는 시시각각 변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기후는 일정 지역이나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장기간의 대기현상을 종합한 상태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는 기후와 기상의 차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날씨는 오늘, 내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를 알려주며 기후는 옷장에 어떤 옷을 넣어놔야 하는지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도 과학자들이 올 겨울 날씨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 차원에서 지구 전체의 기온 변화를 관찰하고 내린 결론이니만큼 ‘지구온난화인데 겨울이 왜 이리 추워’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극단적인 날씨가 롤러코스터처럼 오가게 될 것이다.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