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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사례

사람처럼 물체 조립하는 세 개의 로봇 손가락
2020.09.21

사람처럼 물체 조립하는 세 개의 로봇 손가락
[인터뷰] 배지훈 융합기술연구소 로봇응용연구부문 박사



융합기술연구소 로봇응용연구부문 연구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인간을 표방한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 등장한 이후 뛰고 춤추며 악수하는 로봇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장 어렵고 중요한 핵심기술은 바로 ‘손’에 있다. 

 

로봇기술의 발달로 공장에서 반복되는 단순 업무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로봇이 손을 움직여 물체를 집고 끼워 넣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보통 인간은 뇌의 절반을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해 쓴다고 한다. 그만큼 손을 다루는 기술 역시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세계 최초로 로봇 팔(arm)이 아닌 손가락(Finger)을 이용해 물건을 조작·조립하는 기술(Agile Assembly by Free-Finger)을 개발했다. 생기원 융합기술연구소 로봇응용연구부문 배지훈 박사를 만나 해당 기술개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근 협동로봇 상용화로 물체 조립 기술 다시 유행 중


로봇 연구에도 이동로봇, 조작로봇 등 다양한 분야가 있고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유행하는 연구도 달라진다. 20년째 로봇 조작기술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배 박사는 “제가 공부할 때는 로봇 조작기술에 대한 유행이 이미 지나갔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산업용 협동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거나 사람과 같이 일하는 작업이 많아지면서 물체를 잡고 조립하거나 조작하는 기술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환경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고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도 국내로 돌아오면서 산업계의 새로운 요구가 로봇연구에 반영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배 박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로봇산업 핵심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멀티모달인식 기반으로 일상생활환경의 다양한 물체를 파지, 조작하고 도구 활용 작업이 가능한 로봇작업 제어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해 성과를 냈다.


◇ 기존 로봇 그립퍼(gripper), 팔만 움직일 수 있는 집게의 한계




배지훈 융합기술연구소 로봇응용연구부문 박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번에 개발한 로봇 조작기술은 기존 조작기술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배 박사는 먼저 기존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기계부품 속에 다른 부품을 끼워 넣는 작업을 팩인홀(peg-in-hole)이라 부르는데,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미리 설정된 홀의 위치를 로봇팔이 정확히 파악해 부품을 한 번에 끼워 넣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약간의 오차는 로봇팔 끝단에 달려있는 스프링의 탄성 작용을 이용해 극복하는 원리다.”


“특히 ‘그립퍼(gripper)’라고 불리는 산업용 로봇의 경우, 보통 집게 형태의 손을 갖고 있는데 물건을 집게 사이에 끼워 올린다. 하지만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물체 형태에 맞게 집게 모양도 각각 달라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물체라도 다 집을 수 있는 로봇 손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연구실에서는 로봇 팔에 부착된 힘 센서(force-torque sensor)를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힘 센서는 물체와 접촉하면 힘의 크기와 방향을 계산해 홀이 어떤 방향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아낸 다음 집어넣는 조립방법이다.


◇ 로봇 팔 동작 최소화... 세 손가락만으로 물체 조립해


배 박사의 연구성과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다. 바로 손가락(finger)을 사용한다는 것. 배 박사는 “세 개의 손가락이 하나하나 움직인다. 가능하면 팔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 관절만 움직여 조립한다. 그립퍼는 물체를 잡으면 집게가 그대로 고정돼 팔만 움직여야 하는 반면, 개발한 기술은 팔뿐 아니라 손가락도 이용한다는 점(in-hand Manipulation)이 기존 기술과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로봇 손가락을 이용한 물체 조립 조작기술(Agile Assembly by Free-Finger). 물체를 세 손가락으로 집어 이동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 박사의 로봇 손에는 힘 센서도 부착되지 않았다. 그러면 물체를 어떻게 구멍에 끼울 수 있을까. 배 박사는 “로봇에 지능이 들어가 있다. 수많은 데이터가 조립 알고리즘을 만들어 낸다. 물체 조립 순서를 보면, 손가락 두개가 물체를 잡고 나머지 한 손가락이 틸팅(tilting·기울이기)-드래깅(dragging·끌기)-셰이킹(shaking·흔들기)을 통해 집어넣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 박사는 “쉽게 말하면 일종의 ‘지능맵’이라고 보면 된다. 넣을 물체를 기울인 상태에서 홀로 가져오다가 홀에 걸리면 정지한다. 그러면 ‘다 왔구나, 이다음에 뭘 하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울인 상태에서 위에 있는 손가락을 아래 방향으로 누르면 합력이 생겨 구멍 안으로 물체가 빨려 들어가 조립된다.”고 말했다. 개발된 로봇손가락은 현재 오차 0.1㎜ 수준으로 조립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약 3초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힘 힘 센서 없이 물체를 집고 ‘틸팅(tilting·기울이기)-드래깅(dragging·끌기)-셰이킹(shaking·흔들기)’의 순서로 조립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 양팔 로봇에 기술 적용해 단가 낮추고 사람의 속도와 정확도 따라잡을 것


배 박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배 박사는 “로봇 손이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람 손의 속도와 정확도를 따라잡는다면 산업 현장에서도 널리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2016년 개발한 고기능 양팔로봇 팔 부분에 이번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후속 연구도 이어갈 예정이다.


2016년 ‘IEEE 스펙트럼’에 소개된 인간형 상반신 로봇.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앞서 배 박사는 2015년 3차원 인식정보를 기반으로 인간 상반신을 닮은 고기능 양팔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이 로봇은 2016년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전기·전자기술자협회)가 발간하는 전자·전기 전문 매체인 ‘IEEE 스펙트럼’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