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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미세먼지, 과학기술로 풀 수 있을까?
2018.01.12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휴가를 떠나려던 여행객들의 발목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 묶였다. 겨울해무에 미세먼지가 결합해 가시거리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약 60%가 결항·회항·지연됐다. 미세먼지가 봄철에만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옛 이야기가 됐다. 지금 서울을 비롯한 전국은 ‘겨울 미세먼지’로 비상이다. 미세먼지 주요 발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산업현장의 현황과 대책을 알아봤다.



■ 산업미세먼지 연구, 서둘러야 하는 이유


2017년 1분기 전국 미세·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130회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72%나 늘었다. 그간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을 중국에서 찾아 왔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6년 5~6월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한 결과, 48% 정도만 국외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절반 이상은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3년 발표한 초미세먼지의 부문별 배출량을 보면, 주요 원인이 이미 산업현장임을 알 수 있다. 제조업 현장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전체의 54.17%를 차지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PM2.5, PM10의 국내 배출허용 총량 규제가 부재했다. 유럽연합(EU)이 이 두 부문의 배출허용 총량을 규제하고, 중국이 2015년 대기오염물질 처벌 행위를 90종으로 나누어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나선 것과 비교해도 뒤처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4월 미세먼지 컨트롤 타워인 미세먼지대책 특별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고, 5년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9월에는 구체적으로 산업, 발전, 수송, 생활 4개 부문에 대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았다. 예상대로 초미세먼지 기준 산업부문 목표 감축량이 51%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수송 28%, 발전 12%, 생활 9% 순이었다.


산업계는 당장 정부 제시 감축량을 맞추기 위해 미세먼지 및 미세먼지 원인물질로 지목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물 3종의 가스상 물질 배출량을 43%가량 줄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총량관리 대상지역 확대 및 먼지 총량제’를 실시하고,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을 신설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제조업,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중소사업장에 개선자금 융자, ‘환경컨설팅’을 통한 기술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산업계에서는 기술적 노하우를 비롯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감축량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산업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입장차이가 큰 상황에서, 과학기술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김홍대 친환경재료공정그룹장으로부터 대책을 들어봤다.



[인터뷰]

산업미세먼지, 소통·연대로 풀어야
김홍대 울산지역본부 친환경재료공정그룹장



Q.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 의하면 2016년 한국이 38개국 중 대기질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반도 대기오염 문제는 향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전망이다. OECD는 206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의 사망자수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 봤다. 초미세먼지의 대기질 농도만 해도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현재 수준으로 국내 미세먼지가 관리된다면 앞으로 엄청난 인적, 경제적, 사회적 비용 손실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Q.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9월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았다.

오는 2022년까지 산업부문 배출량의 43%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약 52,791톤에 달하는 수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량제 대상지역을 수도권에서 충청·동남·광양만권까지 확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질소산화물에 대한 대기배출부과금을 부과하고, 휘발성유기물의 경우 사업장 시설관리기준도 현행 2,000ppm에서 1,000ppm까지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용으로 계산하면 철강업계만 한정하더라도 연간 약 6만 톤을 배출하기 때문에 1,278억 원을 더 감당해야 한다.


Q. 중소제조업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인가?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동시다발적 규제 신설 및 강화에 대한 적응 시간 부족, 그리고 비용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산업계가 미세먼지 원인 물질을 국가 제시 기준치에 맞춰 저감하려면, 생산 공정을 개선하거나 기존 환경설비를 더 엄격하게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투자비와 운영비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가 없는 것도 문제다.

Q. 생기원이 지난 11월 개최한 ‘산업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기술전략 포럼’이 화제였다. 포럼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나?

미세먼지 관련 산·학·연·관 관계자 약 350명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산업계에서는 역시 미세먼지 생성억제 및 배출 저감기술에 당장 많은 투자를 할 수 없으니, 산업계 지원을 위한 맞춤형 R&D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규제에 따라야하지만 미세먼지 저감 관련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현장 적용 가능한 기술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경제성과 기술적 상황을 고려한 점진적 제도 도입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Q.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미세먼지 해결은 정부의 의지뿐만 아니라 산·학·연·관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이다. 지금까지 추진됐던 대책들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현 정부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산업계가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정부는 향후 5년간 총 7조 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관련 기술 개발과 지원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질적 미세먼지 배출 저감기술 개발을 위해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수요를 파악하고 반영해 산업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소산화물 제거 대기정화 촉매’ 제조기술을 개발한 김홍대 그룹장


Q. 오랫동안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미세먼지는 생성 원인에 따라 ‘직접배출’과 ‘간접배출’로 나눈다. 직접배출은 공장, 건설현장, 배기가스, 도로 등에서 배출되는 입자상의 미세먼지를 말한다. 간접배출은 가스상의 물질이 공기 중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휘발성유기물(VOCs)과 같이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되는 경우이다. 이 중에서 입자상의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필터 개발이나, 가스상 저감 및 제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가스상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생성을 억제하는 전처리 기술, 배출을 저감하는 후처리 기술, 그리고 정책과 모니터링 세 가지가 있다. 전처리 분야에서 하는 일은 처음부터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이 없는 연료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후처리 단계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후처리 단계 안에서도 특히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대기정화 촉매 제조기술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Q. 산업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생기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기원은 1999년부터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운영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청정생산기술 개발 및 보급에 힘쓰고 있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오염 발생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청정생산체제 구축을 주도하는 한편, 환경규제 정보를 수집·분석·제공함으로써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 고온에너지시스템그룹, 울산지역본부 친환경재료공정그룹 등 각 지역본부 연구그룹에서도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를 통해 ‘초저공해 연소기술’과 ‘고효율 탈질촉매 제조기술’ 등의 다수 미세먼지 저감 관련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산업미세먼지 교류회


Q. 생기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산업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산업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생기원 내 분산돼 있던 생성억제, 배출저감, 정책 및 모니터링 관련 기술을 분류·정리하는 작업을 우선 진행했다. 이렇게 분과를 나눠 해당 기술들의 융·복합을 통해 국민 체감이 가능한 환경 친화적 연구개발에 힘을 모으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생기원 내 미세먼지 연구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교류회 운영도 시작했다.


총 21명의 각 분야 연구원들이 산업계 미세먼지 배출 실태, 생기원 및 국가보유 기술 현황 파악, 업종별·지역별 맞춤형 기술적용 분석, 전처리·후처리 연계기술, 핵심코어기술 역량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 전략을 짜고 있다. 기술교류회는 앞으로 미세먼지 저감 관련 단기 중소형과제 및 중장기 중대형과제를 발굴, 기획, 수행함으로써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기술을 적기에 공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다가올 산업 미세먼지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또한 기술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해 산업원천 기술 개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