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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동료와 함께 일할 준비 얼마나 됐습니까 (1부)
2019.11.13




로봇과 생산, 일자리의 미래



미국의 산업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최근 인간 노동과 로봇의 보급 미래를 전망한 ‘로봇과 생산,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산업현장에서 로봇의 활용은 생산성 향상과 더 많은 제조 분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과 직결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로봇이 저임금 국가가 아닌 오히려 산업 분야 선진국에서 더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공장 자동화에 따라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새로운 시각도 제시했다. 정책 수립자들도 로봇을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생산 시스템에 대해 반대하기보다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산업용 로봇을 많이 배치한 나라다. 그만큼 도입 결정, 운영, 노사간 문제, 임금 문제 등 생산현장에서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를 2회에 걸쳐 나누어 소개한다.



늘어나는 로봇 도입



1945년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가 제조 공정에 근로자 역할이 적거나 전혀 없거나 기계로 제어하는 생산 프로세스를 도입한 이후 자동화는 생산현장에서 화두로 자리 잡았다. 로봇 역시도 주변환경과 상호 작용을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실제로 전 세계 기업들은 지금도 로봇을 생산현장에 꾸준히 도입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 세계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보급 대수는 2015년 평균 66대에서 2017년 85대로 늘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한층 발전된 센서 기술이 결합하며 로봇기술은 앞으로 10년간 가격과 성능이 크게 개선될 그것으로 예상한다. 로봇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도구로 떠 올랐다. 농업에서부터 물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점점 여러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AI와 결합한 로봇은 더 저렴하고 유연하며 자율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 일부에선 인간 근로자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근로자를 도와 생산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가와 노동계는 모두 공통적으로 생산공정에 더 많은 로봇이 도입되면 어떤 변화와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정보기술(IT)이 주도한 기술 물결은 더욱 값싼 노동력을 찾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생산현장의 로봇에 투입된 로봇은 그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들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차이도 예상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차세대 생산 체계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개도국은 기술이 낮은 인건비를 대체할 충분한 동기로 이어지기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차세대 생산 체계야말로 제조 기간의 단축, 더 작은 공장, 더 높은 생산성을 아이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로봇과 AI 등을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생산 체계는 개발도상국보다는 고임금 국가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이 더욱 빠르게 요구되면서 로봇을 채택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경제는 1950~1960년대 전자 기계 재료 분야 기술이, 1990년대엔 정보통신기술(ICT)이 제철을 맞으며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술이 없어 침체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근로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평균 2.6%씩 늘었다가 2012년부터 2014년에는 2%로 증가폭이 줄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산업 선진국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같은 기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9000달러 미만인 저임금 국가의 경우 매년 3% 노동생산성 증가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능이 더 향상되고 값이 싸진 로봇을 도입하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6년 로봇에 대한 투자가 회원국의 1인당 GDP 성장률 가운데 10%에 이바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임금 조정을 위한 로봇 도입과 생산성 향상이 밀접한 영향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웁살라대와 런던정경대 연구팀은 실제 1993년부터 2007년까지 생산현장에서 로봇 밀도가 높아지면서 연구 대상 17개국의 연간 GDP 성장률과 노동 생산성이 각각 0.37 % 및 0.36 % 포인트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결과는 이들 국가의 총 GDP 성장률의 10%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는 급격한 산업혁명이 이뤄지며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1850년부터 1910년까지 영국에서 거둔 생산성 향상과 맞먹는 성과다. 로봇 밀도(백만 시간당 로봇 수로 정의) 증가는 노동생산성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스페인에서는 산업용 로봇을 도입한 뒤 4년 이내에 생산량이 20~25% 늘어난 반면 인건비 비중이 6% 줄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ITIF는 로봇기술과 자율운영 시스템 성능이 지속해서 향상되고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첨단 로봇은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신소재, 자율장치, AI와 함께 미래 혁신을 이끌 6가지 기술에 자주 선정된다. 이 가운데 AI와 로봇은 변화를 주도할 핵심 중 핵심이라는 평가다.



물론 이들 기술은 아직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준으로 널리 채택되기는 어렵다.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면도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4.0’로 불리며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 대부분 제조기업은 대규모로 이들 기술을 채택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실제로 AI 기술 중 핵심인 머신러닝(기계학습)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기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소비자가 완전히 운전에서 손을 뗄만한 자율주행차가 나오기까지는 15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사람 손을 대체할 능숙한 기능을 갖는 로봇손은 2030~2040년 이전에는 시장에 등장하기 어렵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아이디어를 내기는 쉽지만, 그들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근로자 1만명 당 로봇 보급 대수



 

국가마다 로봇 도입 패턴 달라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생산 체계를 뒷받침할 신기술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측정 항목은 근로자수 대비 산업용 로봇의 수다. IFR에 따르면 근로자 1만 명 당 산업용 로봇의 평균 보급 대수는 2017년 85대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66대에서 많이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 제조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710대가 도입된 세계 최대 로봇도입국이다. 그다음으로 싱가포르와 독일, 일본, 스웨덴, 덴마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제조 강국 미국이 근로자 1만 명당 200대의 산업용 로봇을 도입해 7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된다. 러시아와 인도는 1만 명당 각각 4대와 3대 로봇을 보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에 대한 투자는 종종 인건비 절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저임금 경제보다 고임금 경제에서 로봇을 채택하는 사례가 더 많다. 실제로 미국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로봇 도입에 따른 인건비 절감 수준은 낮은 편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실제 로봇을 채택한 경우가 예상 채택률보다 높은 편이다. 상위 7개국 중 6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예상보다 2.4배 많은 로봇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나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뒤를 이어 싱가포르와 태국, 중국, 대만, 일본이 예상보다 더 많은 로봇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는 예상보다 16%나 높은 채택률을 나타냈다. 반면 영연방 국가인 영국과 캐나다는 경제나 산업 규모에 비해 낮은 73%와 44% 채택률을 보였다. EU 회원국들도 예상치보다 적게 로봇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채택률은 예상보다 66%, 브라질은 83%, 러시아는 88%에 그친다. 미국 역시 로봇 채택률은 예상보다 49% 낮았다



▲예상 로봇 채택률 대비 실제 채택률



로봇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봇을 적극 산업현장에 끌어들이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비교하는 건 쉽지 않다. 로봇 도입이 지연되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전문가들도 임금의 높고 낮음만이 유일한 결정 요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로봇 도입은 산업별로 특성이 다르며 현재는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수요를 차지한다. 실제로 나라마다 자동차 산업에서 로봇을 채택하는 비율은 30~60%로 천차만별이다.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스페인, 스웨덴 , 미국은 제조업 규모보다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다. 반면 중국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자동차 부문 비중이 작지만 로봇 도입률은 높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 연구진은 2017년 미국 경제연구소(NBER) 의뢰로 발표한 논문에서 중년 근로자 비율이 높을수록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논문에 따르면 임금이 높고 종종 로봇이 대체할만한 중년 근로자가 적으면 로봇 도입도 적다는 것이다.



문화적 태도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인디애나 블루밍턴대 셀마 새바노비치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로봇에 대해 더 호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문화적 태도가 로봇 채택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소개했다. 한국처럼 로봇을 도입하는 비율이 높은 일본 역시 매년 ‘로봇상’을 주는데, 로봇 도입을 주저하는 나라들에선 로봇이 터미네이터처럼 기계가 인간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인식이 공통으로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근로자 임금을 조정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미래를 위해 기술 도입에 얼마만큼 중요도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노사 관계도 로봇 도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로봇 채택률이 높은 이유를 자동차 산업에서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파업과 근로 행위 중단에서 찾는다. 가족들이 소유한 대기업 중심 기업 집단인 재벌이라는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가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몇몇 주요 국가들은 로봇 기술 혁신과 채택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2014년 일본은 로봇이 주도하는 신산업혁명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내놨고 민관로봇연구개발(R&D) 파트너십을 구축해 로봇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을 제정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제조업체, 특히 중소기업이 고급 기술을 채택할 수 있도록 강력한 공공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 일부 앞선 기술을 채택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세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회사가 설립되면 첫해 컴퓨터 및 자동화 장비, 로봇 및 에너지 효율 장비에 모두 투자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산업 혁신 계획인 ‘메이드인차이나 2025’ 계획 중 하나인 중국 로봇 산업 개발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중국 내 기업에서의 로봇 사용을 10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중국 지방정부 역시도 막대한 보조금을 쓰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한국과 중국의 성장률대로라면 중국은 2026년에는 근로자 1만 명당 가장 많은 수의 산업용 로봇을 운용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