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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동료와 함께 일할 준비 얼마나 됐습니까 (2부)
2019.12.16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미국의 산업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최근 인간 노동과 로봇의 보급 미래를 전망한 ‘로봇과 생산,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산업현장에서 로봇의 활용은 생산성 향상과 더 많은 제조 분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과 직결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로봇이 저임금 국가가 아닌 오히려 산업 분야 선진국에서 더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공장 자동화에 따라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새로운 시각도 제시했다. 정책 수립자들도 로봇을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생산 시스템에 대해 반대하기보다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지난달에 이어 보고서를 소개한다. 



글로벌 공급망 및 조정



ITIF는 미래 생산 시스템은 생산성과 국제 경쟁력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40년간 교통망과 정보기술(IT)의 발전은 저임금 국가들에게도 혜택을 가져왔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동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 섬유, 의류, 가죽 같은 저기술 저부가가치 노동집약적인 제조산업이 나타났다. 미국에서 목제 가구 수입은 2000년 38%에서 2008년 68%로 늘었고 미국 의류 생산업체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로봇과 자동화는 시장 주도권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저임금 국가들은 고임금 국가보다 로봇 도입률이 떨어진다. 정부 보조금 없이는 경제적인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두 명의 제조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25만 달러를 투자해 로봇 한 대를 들여온다면 미국이 1년 미만에 투자비 회수를 할 수 있지만 멕시코는 8년 4개월, 필리핀은 30년 이상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저임금 개발도상국의 로봇 보급률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로봇 도입에 따른 인건비 절감액이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경우 낮다고 보고 있다. 


로봇 비용은 줄고 성능은 개선되고 있다. BCG는 향후 10년간 매년 가격 인하와 로봇 공학 성능 향상이 각각 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의 가격이 5만 달러로 떨어지는 경우 신흥시장인 멕시코에선 훨씬 짧은 기간 동안 회수가 일어나지만 필리핀에서는 여전히 투자회수가 8년 4개월 넘게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저임금 국가들의 로봇기술 활용 능력은 계속해서 뒤처지기 때문에 선진국과 생산성, 소득 차이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임금 국가가 저임금 국가보다 로봇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매켄지 글로벌연구소는 2030년까지 자동화에 따른 노동력 이동 영향을 분석한 결과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력을 대체할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점에서 고소득 국가에서의 노동력 이동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IT를 제조의 모든 측면에 적용함으로써 현대 제조업은 재편되고 있다. 스마트 제조는 컴퓨터보조설계(CAD)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 3D 프린팅, 로봇 공학, 데이터 분석, 기계 학습, 무선 연결 등 많은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제조의 디지털화는 제조업 공급망 운영과 공정을 변화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설계, 제작, 운용, 서비스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제조 시스템은 소품종 대량생산이나 일괄 생산 방식으로 이뤄지고 이는 최근에는 저임금 국가에서 추진된다.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은 점점 더 새로운 생산 패러다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전 세계에 분산된 소규모 공장에서 비용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탈리아 보젠볼차노 자유대 연구진은 새로운 기술들이 분권적이고 지리적으로 분산된 제조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는 연구를 진행했다. 


씨티그룹이 고객사 238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70%는 자동화가 기업의 생산을 통합하고 제조의 개념을 좀 더 수요지에 가까이 이동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더럼대와 독일 괴팅겐대 연구팀은 제조업에서 근로자 1000명당 로봇이 1대 증가하면 3.5%의 리쇼어링 활동(제조업의 본국 회귀) 증가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은 오프쇼링(아웃소싱의 한 형태로, 기업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 용역, 일자리 등을 해외로 내보내는 현상)을 늦추거나 멈추게 해서 제조업을 유지하는 데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로봇과 직업


여기서 나타나는 일자리의 증발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차세대 생산 시스템이 가져올 일자리 파괴 문제에 대한 경고는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교수는 2013년 미국 일자리 47%가 신기술 도입에 따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미래의 생산체제가 대규모 실직을 불러올 것이며 구조적 실업률이 잠재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빠른 생산성 성장을 끌어내고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노동력의 물리적 작업뿐 아니라 인지능력을 가진 새로운 '기계시대’를 여는 기술적 변곡점에 와있다는 것이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의 산업혁명과 비교해 볼 때, AI 도입에 따른 변화는 10배 더 빠르고 규모는 300배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속도와 규모로 보면 충격은 3000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 매우 적은 증거에 근거하고 역사적 분석 방식에 완전히 기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맥킨지 추정치와 같은 기하급수적 추정치는 대부분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비율로 추정하기 위해 휴대전화 산업에서처럼 특정 기술의 채택률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변화 속도가 10배 빠르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대부분 같은 디지털 기술이라도 채택률이 높은 기술을 근거로 하고 있다. 디지털 서명이나 생체 인식처럼 다른 정보기술보다 채택률이 훨씬 느린 기술의 도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로봇도 지역을 대상으로 로봇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만 조사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로봇 채택률이 높은 지역은 고용 증가율이 감소하거나 경제 전체보다 더 낮은 고용 증가율을 보인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산업용 로봇이 유럽연합 15개국, 116개 지역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로봇 채택률이 크게 올라간 지역은 노동력 증가율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의 지역은 더 느린 성장률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 데이터사이언스 앤 디지털 엔지니어링 인 업스트림 앤 오일가스



하지만 전체 경제에서 생산성이 높아지면 고용 증가율이 낮아지는가의 문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연합 15개국에서의 생산성 향상과 총 노동시간 증가 사이에 0.15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는 생산성이 고용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시사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2017년 산업용 로봇이 미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로봇 도입이 일자리 순감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로봇이 도입되며 사라진 일자리 숫자가 36만~67만개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내 1억3000만개 이상의 일자리 가운데 극히 일부였다는 게 다른 분석가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직장에서 컴퓨터 사용의 변화에 대한 척도를 포함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발견했다.


일자리 감소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연구들도 있다. 독일 고용연구원과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이 1994~2014년 독일 노동시장 고용에 관한 산업로봇을 분석한 결과 산업로봇의 채택이 로봇 이용이 많은 산업이 많은 지역에서 노동시장의 고용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 결과가 나왔다. 유럽경제연구센터는 자동화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품 수요 증가 등으로 오히려 새 일자리를 만들어냈다는 보고문을 냈다. 스페인에서는 제조회사에서 로봇을 도입한 뒤 약 10%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차세대 생산 시스템의 등장과 로봇기술의 개선으로 생산성과 노동시장으로부터 이탈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시장 이탈률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으로서도 로봇의 높은 점유율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일자리는 로봇, 제조 자동화와 서로 거리가 먼 관계로 비쳐진다. 반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제조와 자동화에서 로봇 도입률이 낮았지만 20년간 제조업 일자리 감소율이 높았다. 이들 국가에선 비제조업보다 제조업 소비 증가 속도가 느리고 비제조업 생산성 증가율이 더 높다보니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제조업 수출은 천천히 증가했지만 수입이 늘면서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것도 영향이 크다.  미국에서 2000~2011년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절반 이상이 무역에 따른 결과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4년 세계 고용 보고서에서 생산성 향상과 고용 확대는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자동화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정도에 대한 평가가 과대 평가됐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일부 연구는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전환되는 작업이 과도하게 많다고 평가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상실의 위험은 38%에서 9%로 내려갔다. 



로봇, 임금 및 불평등



미래 생산 체계에서 고용률이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는 믿을만한 근거가 없지만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학자들은 많다. 이런 불안정이 노동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진은 ‘우리는 로봇혁명을 두려워해야 하나, 정답은 그렇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이 이야기한 ‘수학은 경제학에 엄격함을 주었고 또한 필멸을 가져왔다’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들은 로봇이 생산에 미치는 장단기 효과와 분포를 활용해 4가지 모델을 만들었는데 모두에서 로봇은 생산성은 늘어나게 하지만 임금은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자는 이 분석에 활용된  가정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1번 모델만 해도 인간의 모든 일을 대체할 로봇이라는 점을 가정하지만 이는 미래 생산 시스템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줄어든 인건비보다 로봇에 더 많이 지출한 조직도 없다. 


ITIF는 1850년부터 2015년까지 트랙터와 엘리베이터, 전자교환기가 도입되면서 직업의 동요가 많지만 그만큼 같은 속도로 고용이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자동화가 노동을 보완하고, 노동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식으로 생산성을 높여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기계 대체를 과장하고 자동화와 노동의 강한 상호보완성의 관계를 무시하고 노동에 대한 수요를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동화로 작업의 효율성이 올라가면서 실업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프레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생산성 향상이 가격을 낮추어 수요를 증가시켜 노동 수요를 회복시키며 노동 가격이 공급과 수요 사이에서 결정된다는 고전 경제학적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논리라는 것이다. 최저 임금, 고용주와 노동 계약, 노조 활동, 회사의 필요성과 같은 제도를 통해 실업률이 기술 기반 자동화에서 올라가더라도 임금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기업이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때 절약분은 임금을 올리거나 제품 가격을 낮추거나 둘 다 올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미 유럽연합 17개국에서 산업용 로봇의 경제적 영향을 평가한 결과 총 근로 시간에 큰 영향은 없다면 로봇이 오히려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저임금 비숙련 일자리는 차세대 생산 체계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고등학교 학위를 소지한 미국 노동자의 44%는 자동화될 수 있는 업무를 하지만 대학 졸업자 출신 1%만 이런 업무에 배치돼 있다. 하지만 옥스퍼드대와 ITIF의 연구에 따르면 자동화에 따른 위험과 평균 임금, 학력 수준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직업의 평균 임금은 자동화에 따른 위험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과 자동화의 위험도 음의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로봇 도입이 늘면 선진국에선 임금이 상위와 중간에 있는 일자리는 늘어나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임금 일자리가 자동화됨에 따라 저임금 근로자가 생산하는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다른 재화와 서비스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중급,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ITIF는 미래 생산 체계야말로 투자 지연과 생산성 향상이 점점 둔화되는 경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로봇 등의 도입이 구조적 실업과 노동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 연구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실업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며 노동이 상당 부분 혜택을 얻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설득력을 점점 얻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