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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제조기업엔 신제품 공급, 창업기업엔 기술지원 및 시장 진출···제조엔지니어링 새 장 연다
2020.02.11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혜진 융합생산기술연구소 마이크로팩토리기술센터장




“제조 기반의 창업기업들은 기술을 완벽하게 모르거나 시장 진출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새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이 제품을 시장에서 판매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디지털제조스튜디오는 창업기업들에 기술뿐 아니라 시장에서 바로 통용될 수 있는 ‘동작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마케팅과 사업화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작업을 도와 실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혜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마이크로팩토리기술센터장은 지난해 초 출범한 디지털제조스튜디오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생기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와 안산시가 지난해 11월 공동 설립한 디지털제조스튜디오는 잠재력 있는 성장 단계 창업기업의 제조 기술과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다. 사업안과 제품 설계도면은 마련했지만 당장 제작기술이나 장비가 없는 기업들이 손쉽게 동작시제품을 만들어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는다.


 

관상용 어항을 만드는 스타트업 아쿠아플렉스는 이런 문제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다가 디지털제조스튜디오를 만나면서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아쿠아플렉스는 최근 블록처럼 조립하는 어항 ‘아쿠아블록’을 개발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마치 장난감인 레고처럼 소비자가 블록을 이리저리 붙여 원하는 형태의 어항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네모나 둥근 형태가 주를 이루는, 틀에 박힌 어항 디자인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어항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블록식 어항을 창안했다. 하지만 블록 조립식 어항은 설계부터 만만치 않았다. 블록의 틈으로 물이 새거나 어항 속에서 죽은 물고기를 꺼내기 어려운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많았다. 아쿠아플렉스는 디지털제조스튜디오에 이 문제를 의뢰하고 어항 소비자들의 취향과 의견을 취합해 기존 설계를 개선했다.


 


회사 측은 제품의 실제 생산을 안산 시화반월공단에 입주한 제조 기업에 맡겼다. 디지털제조스튜디오는 제품 제작을 시화반월공단 내 제조기업에 맡기는 것을 전제로 창업 기업들을 지원한다. 이는 점점 노후화하는 공단 입주기업의 생산 설비 다변화를 고려한 운영 원칙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과 시장 진출에 필요한 조언도 제공했다. 아쿠아플렉스는 이런 지원 덕분에 소비자가 원하는 설계 요건과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 500세트가 시장에 공급되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 센터장은 “안산시의 장점은 제조업 중심 산업단지인 시화반월공단이 위치해 있다는 점인데 대다수 입주기업이 1차 가공회사이거나 영세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이들 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창업기업의 제조 생산기지로 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시화반월공단 제조기업의 생산 품목을 다양화해 숨통을 틔우고 제조 능력이 전혀 없는 창업기업의 시제품제작을 지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디지털제조스튜디오 사업은 안산시가 생기원에 구축을 의뢰하면서 시작했다. 안산시는 청년 창업을 돕는 열린 창업공간 청년큐브를 운영 중이다. 한양대 캠프와 서울예술대학캠프를 비롯해 안산시 초지동 초지캠프 등 세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디지털 제조 스튜디오는 지난해 11월 초지캠프에 252㎡ 규모로 조성됐다.


 


스튜디오가 구축된 지 1년이 채 안 돼 성과가 나오자 안산시는 매년 운영비로 5억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연간 지원액 5억 원이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게다가 예산을 전적으로 제조 창업기업 지원에만 쓰도록 하고 있다. 장소 임대료와 운영에 필요한 전기, 통신 비용 등 인프라 비용은 시가 별도로 지원한다.




이혜진 센터장과 디지털제조스튜디오 직원들이 디지털 제조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올해 상반기부터는 디지털제조스튜디오의 지원을 받은 창업기업들의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인다. 신성ICT도 중저주파 체지방 측정 디바이스 500세트를 시제품으로 생산하고 올해 상반기 중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청년기업인의 상’을 수상했다. 오모로봇은 무선 리모컨을 소지하고 있으면 무거운 물건을 실은 물류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생기원 연구진은 오모로봇이 개발한 리모컨의 기술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공했다. 제품 제조도 순조롭게 이어져 이미 일본과 홍콩에 수출까지 시작했다. 학습관리 스마트펜을 개발한 기업 테솔로도 지원을 받아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테솔로 역시 제품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동작시제품 제작을 통해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센터장은 안산시와 생기원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디지털제조스튜디오를 2년 이내에 전국 플랫폼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시화반월공단처럼 노후 제조기업이 양산한 새로운 제품, 기술을 공급하는 ‘제조엔지니어링’을 곳곳에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2년 이내에 전국에 제조 창업기업이 찾아오는 플랫폼을 완벽하게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다음은 이혜진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Q. 디지털제조스튜디오는 어떤 곳인지 설명해 달라.



“3D프린터나 레이저가공기 등 첨단 디지털 제조 장비와 제조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안산에 있는 기업의 신제품 출시와 제품 성능 향상, 동작시제품 제작, 다품종 소량 제품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빠른 시장 출시를 위한 수요시장 최적화 제조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지원한다. 디지털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활용되는 장비 가운데 디지털 장비가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 마케팅, 홍보용 사진 촬영, 기술 요소 지원, 성공 스토리 등 ‘블랜딩’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한 곳에서 하므로 스튜디오라는 이름도 붙였다.”



Q. 안산시가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안산시는 청년큐브와 별개로 잠재력 있는 성장 단계 창업기업의 시장 진입과 제조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사업안과 제품 설계안은 마련됐지만 당장 제작기술이나 장비가 없는 기업들이 손쉽게 동작시제품을 만들거나 빠른 시장 진출이 이뤄지도록 지원한다. 특히 노후화된 시화반월공단 제조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디지털제조스튜디오가 제공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창업 활성화는 물론 기존 제조기업에도 신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업으로 안산시가 의지를 보이고 있다.”


 

Q.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무작정 예산을 받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창업기업도 많을 것 같다.



“디지털제조스튜디오는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고 있다. 시제품제작과 생산, 사업화가 핵심이다. 지원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를 내고 신청서가 접수되면 기업 담당자가 디지털제조스튜디오를 찾아오거나 직접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수혜기업들은 직접 돈을 지원받는 게 없다. 5억 원의 운영비는 기업에 직접 주는 돈이 아니라 기업을 지원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쓰인다. 설명을 듣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디지털제조스튜디오에 마련된 창업기업 제품 사진 촬영 장소. 디지털제조스튜디오는 사업화 및 성공 스토리, SNS마케팅 등 블랜딩을 지원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Q. 어떤 기업들에 도움이 될까.



“4~5년간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고 해도 번번이 실패하는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품질 개선은 물론 시장 진출까지 책임지고 지원하기 때문이다. 생산 기반이 없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대규모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 어려우므로 제조기업을 찾아가 의뢰해야 하는데 별도 투자를 통해 소량 생산하는 제조기업이 많지 않다. 중국에 생산을 의뢰하기도 하지만 제품 퀄리티를 보장받을 수 없다.”



Q. 시화반월공단 제조기업의 반응은.


 

“영세한 제조기업으로서는 반응이 안 좋을 수 없다. 새로운 제품 라인업이 생겨 추가 매출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라는 일종의 브랜드가 이들 제조기업에 신뢰를 주고 있다. 또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계속 발굴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믿음을 구축하고 있어서 제조 창업기업들이 물건을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Q. 제조 창업기업만 지원하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많이 한다. 지난해만 30회 정도의 외부 교육을 진행했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과 지역 돌봄센터(취약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직접 장비를 들고 가서 디지털 제조교육을 한다. 안산시가 5억 원이라는 큰 금액을 지원하는 만큼 사회 환원 활동을 하는 것이다. 호응이 굉장히 좋다. 일반적으로 보기 어려운 장비를 직접 보며 체험도 시켜주기 때문이다.” 



Q. 목표는 무엇인가.


 

“노후 제조기업에 새로운 제품, 기술을 공급하는 제조엔지니어링을 전국적으로 확립하는 게 목표다. 2년 이내에 디지털제조스튜디오를 전국 플랫폼으로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