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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장비, 극일에서 멈추지 않고 제조혁신 기술·정책 중추 역할 할 것”
2020.03.17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지난해 일본의 무역제재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급 문제가 국가적인 현안이 됐습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제조, 생산기술 대표 연구기관인 만큼 앞으로는 유사한 문제가 생기기 전 정부 부처에 제조기술 독립을 위한 정책 건의를 전략적으로 적극 제안할 계획입니다.”



지난 2월 21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에 선임된 이낙규 원장은 제조기술을 책임지는 연구기관으로서 기술 독립에 필요한 정책을 주도하고 전략적으로 정부에 건의할 수 있는 생기원 조직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일본 무역제재로 인한 소부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앞으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본질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이 개발한 혁신 기술을 대기업에 공급하는 밸류체인이 원활하지 못하고 완벽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부장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생기원은 제조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자질과 역량이 충분한 만큼 다시 뛰자는 분위기로 일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행 전략으로 이 원장은 생기원 연구자들이 정부가 정한 소부장 관련 100대 기업을 모두 최소 한번씩은 방문하도록 할 예정이다. 생기원 연구자 전공 분야가 아닌 화학이나 소재 분야는 화학연구원이나 재료연구소와 협업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생기원의 파트너 기업들이 4000여개에 달하고 이 중 핵심 기업이 568개가 있는데 이 기업들도 생기원의 역량을 세분화해 이른바 ‘핀셋’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가져올 4차 산업혁명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에 초점을 맞춘 4차 산업혁명 논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DNA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맹아인 ‘스마트 제조혁신’을 위해서는 공정 데이터를 갖고 있는 생기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DNA도 중요하지만 제조혁신에서는 제조 라인을 스마트화하기 위한 공정 데이터 분석과 적용을 위한 연구가 더 중요하다”며 “제조 기술과 공정 데이터를 보유한 생기원과 중소중견기업이 주체가 돼 스마트 제조를 주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생기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못했다는 판단으로, 소부장 정책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역량을 결집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지원을 위한 조직도 정비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제조혁신 인프라 연구기관으로서 기술 상용화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아직 기술 사업화 지원 조직 규모가 작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술 사업화 조직을 ‘부’로 승격해 규모를 키우고 적극적으로 상용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Q. 앞으로 3년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이끌어 나가기 위한 포부는?


“생기원은 국내 산업을 책임지고 뒷받침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과 제조혁신을 토대로 한국 산업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부장 정책에서 언급됐던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간의 밸류체인을 원활히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싶다. 또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서 제조기술 독립을 위한 정책을 전략적으로 건의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 한마디로 소부장 이슈 같은 문제가 생기기 전 생기원이 주도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정책적 건의를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 


제조혁신 기술에서만큼은 생기원 연구자들의 자질과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미흡했던 점을 되돌아보고 소부장과 제조혁신에서 생기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갖추고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Q. 3개 연구소, 7개 지역본부가 전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역량을 결집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용화 기술 개발 및 성과의 중소중견기업 지원은 생기원의 양대 축이다. 전국적 기업 지원 체제 구축 및 운영은 생기원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다만 조직과 인력이 전국에 분산돼 있어 정보 공유,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운영비 증가 등 현실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핵심 비전을 공유하고 유연조직을 실현해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핵심기술 확보, 제조 중소중견기업 신뢰 확보, 활력있는 연구환경 조성, 열정과 공감 확산 등 4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생기원이 집중할 수 있는 고유 핵심 분야와 유망 기술을 도출, 연구원 보유 기술을 분석해 상호 연계할 수 있도록 하고 2017년부터 운영한 40여개의 기술교류회(KITECH Cube)를 중심으로 연구 아이디어를 모을 예정이다. 이는 연구자들이 소속 그룹과 지역에 고정돼 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모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Q.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의 비정규직 연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른 기관 운영 방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정성과 신뢰성을 이미 확보했고 전환 결과에 따른 문제도 없다. 향후 기관 수입구조 포트폴리오에 의거해 출연금 인건비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정부 및 민간 수탁과제 수주 활성화를 통해 인건비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Q. 중견중소기업 지원 방안에 변화는 없나?



“생기원은 기업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기업들이 제일 가려운 부분을 풀어보면 핵심 기술 개발, 완료된 기술의 상용화, 생기원 장비나 인프라를 활용한 신속한 원스톱 기업지원 서비스다. 예산구조로만 보면 연구개발(R&D), 상용화, 기술지원 순인데 연구개발, 실용화도 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기술 지원 비중이 상당히 높다. 물론 중소중견기업은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가장 목마르다. 생기원이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는 역량이다. 



생기원은 기술이전 수입 기준으로 25개 출연연구기관 중 5~6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기술사업화 지원 조직이나 행정인력 구조가 미흡하다. 이 부분을 키울 계획이다. 



또하나는 생기원을 잘 몰랐던 중소중견기업이 생기원을 찾을 때 보다 쉽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개편 등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처음 생기원을 찾는 기업들도 손쉽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나가겠다.”



Q. 소부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생기원의 역할은?



“제조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정 기술을 눈여겨 봐야 한다. 공정 기술이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부품만 제조하는 게 아닌 공통된 플랫폼 기술과 모듈화 기술을 개발하면 다수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생기원이 전략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생기원 연구자들의 전공 분야를 세분화해 전략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요청하면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한번에 찾아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다.”



Q. 우수한 인력들이 출연연구기관을 기피하는 추세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출연연 연구자로서 한우물만 파겠다고 하면 장기적으로 지원해 주는 게 중요하다. 대학에 가면 좀 더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연구할 수 있다. 연구자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한 연구소에서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장기간 연구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연구자들도 많다. 출연연도 이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향후 인생 설계와 관련된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현실성 있는 교육도 중요하다. 직무 교육, 보직자 교육 등이 보통 체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재임 기간 동안 연구자들의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Q. 지난해 10월 생기원이 설립 30주년이었다. 미래 30년을 위한 도약의 전략은?



“최근 기술 국산화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늘어나고 제조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반면 지난해 정부 연구개발 과제가 한꺼번에 일몰되면서 경영이 어려워지고,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비중이 타 출연연보다 높아 기관 역할과 책임(R&R)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PBS 부담을 줄여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혁신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과 함께 유연연구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국민체감형·국민생활연구 과제를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경영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고강도의 경영혁신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건전한 조직 문화 형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기관 운영의 효율화를 지속 추진하면서, 생기원의 임무와 부합되는 질적 우수성과 창출과 중소중견기업 기술혁신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려고 한다. 아울러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산·학·연 R&D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타 혁신주체와의 전략적 기술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