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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물들었나···염색 상태,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2020.03.17

▲심재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섬유그룹장이 원단의 염색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염색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최근 유행하는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매장을 가보면 한가지 색깔의 옷이 걸려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 실제 이 옷들의 색은 모두 같을까. 이는 옷감 원단에 다양한 색을 입히는 염색 산업계가 고민하는 난제이기도 하다. 한 번의 염색공정으로 원하는 색을 정확히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심재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섬유그룹장 연구팀은 최근 염색에 쓰이는 염액을 분석해 색이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모듈 장치를 개발했다. 사람의 혈액 검사로 건강 상태를 판단하듯 염색기의 염액을 분석하여 염색 중인 원단의 색상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기술이다.


일관된 색상 구현 어려운 염색 산업 난제


염색산업에 쓰이는 염색 방법은 간단하다. 염색기에 원단을 넣고 염료가 들어간 염액을 채운 뒤 옷을 빨듯 옷감을 반복해서 염액 속에 담갔다 빼는 방법이다. 특정 색을 내는 염료를 배합한 염액을 채우고 염료를 배어들게 할 염기성 용액을 첨가하면 나머지 부분은 기계가 수행한다. 염색을 마친 다음 다시 빨래하듯 깨끗한 물속에 옷감을 담갔다 빼며 유해성분을 제거하는 ‘수세’ 단계를 여러 차례 거치면 원하는 색상의 옷감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원하는 색을 옷감에 배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계 오류부터 인간의 실수까지 염색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불량요인 때문에이 있다. 현장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숙련된 전문가들이 수작업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매번 정확한 색상을 구현하기 쉽지 않다.




▲심재윤 스마트섬유그룹장이 염색 조건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염색기를 닫고 염색을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 어려워 염색이 끝난 뒤 원단을 보고 나서야 색이 제대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심 그룹장은 “1회 염색 시 하는 데 2~3시간이 걸리는데 색이 맞지 않으면 다시 원단을 넣고 색을 수정한 후 염료를 다시 집어넣는 과정을 거친다”며 “시간도 2배 걸릴뿐더러 염색에 쓰는 염료와 물, 에너지, 폐수도 2배 배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염액 실시간 분석 기술 개발해 물 사용량도 절감


연구팀은 원단을 보는 대신 염액에 주목해 그 상태를 실시간 관찰할 방법을 찾았다. 염색은 염액 원료를 원단에 붙이는 원리다. 염색을 시작하면 원단에 서서히 달라붙는데, 이 과정에서 염액 속 염료의 농도가 옅어진다. 염액을 분석하면 거꾸로 원단에 얼마나 염료가 달라붙었는지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염색기에서 염액 일부를 흘러나오게 한 다음 이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염액이 흘러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도록 만든 관에 자외선(UV) 센서와 산도(pH) 센서를 달았다. UV 센서는 이미 완성된 원단의 색을 분석하는 데 주로 쓰여왔다. 연구팀은 같은 원리로 염액 농도를 측정하는 용도로 새롭게 개발했다. 원료가 얼마나 달라붙을지를 결정하는 산도도 함께 관찰한다. 여기서 염액 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곡선을 볼 수 있고, 이 곡선이 기준과 일치하면 정확히 같은 색이 나오게 된다.




▲심 그룹장이 염색기에 부착한 장비의 데이터를 토대로 염색 정도를 분석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 기술은 염색뿐 아니라 수세 단계에서도 활용된다. 수세의 마무리 여부는 원단을 빨아 나온 폐수에 염료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사람 피부에 문제가 없으려면 원단에서 원료와 염기성 성분이 모두 빠져야 한다. 하지만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현장에선 '무조건 수세를 10번 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넣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원단에서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만큼 낭비되는 물이 줄어든다.


실제로 이 기술을 활용하면 한 번에 같은 색이 나올 확률도 크게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염색 공정에서 같은 색이 나오는 비율인 염색 재현성은 95%로 나타났다. 염색시간은 25%, 수세 시간도 30% 줄었다. 심 그룹장은 “염색에서 쓰이는 물이 1t이라고 하면 수세에 쓰이는 물은 10t에 이른다”며 “수세에서 쓰이는 물을 아끼면서 20% 정도의 물 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물을 아낄뿐 아니라 폐수가 방출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일석이조' 효과도 거뒀다.



정확한 색 구현하는 완전자동화 기술 개발할 것


이 기술은 생기원 내부과제를 받아 3년에 걸쳐 개발됐다. 특허 출원 7건과 등록 5건, 기술이전 4건의 성과를 냈다. 또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60억 원 규모로 마련한 지능형 염색공장 사업을 이끌어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염색 전문기업과 협약을 맺고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심 그룹장과 연구원들은 염색 자동화 설비를 넘어 지능형 염색공장을 구축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은 모듈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염색기에서 정확한 색을 구현하는 완전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면 염색공장을 스마트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염색기에 염료나 화학 약품을 집어넣는 작업을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있지만, 심 그룹장은 “염색기에 아무런 신경 쓸 필요 없이 물과 원단만 넣으면 알아서 염색을 마무리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색기에 염료와 용액을 저장하는 장치를 달아 원하는 염색 색상에 맞게 자동으로 주입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완전자동화가 이뤄지면 ‘리피트 오더’에서 생기는 문제도 해결된다. 리피트 오더는 염색기가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을 염색하기 위해 같은 색을 반복해 내는 작업을 뜻한다.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가 유행하면서 리피트 오더를 수행하는 일도 늘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같은 색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심 그룹장은 “염색 곡선만 컴퓨터에 넣으면 항상 첫 번째 염색 결과와 같은 염색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스마트 섬유공장 모델을 만들어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과의 경쟁과 각종 환경규제 이중고에 직면한 국내 섬유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표다. 노동집약적인 염색산업에서 공장 자동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는 오래됐지만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4년 전부터 이를 현실화할 센서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완전자동화 기술에 도전해볼 만한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심 그룹장은 “아이디어를 갖고 도전하는 기술을 먼저 개발해 놓으면 글로벌 제조혁신 요구에 직면해 있는 섬유 분야의 중소기업 지원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