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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사례

방제 드론 ‘클라우드 기술’ 만나니 농민도 기관도 만족
2020.06.16



▲양승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능형농기계연구그룹 박사는 클라우드 기술을 연계한 자율주행 방제 드론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무인항공기(드론)는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할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아직 활용처가 제한적이다. 산불 감시 등 재난 분야나 드론 택배 등에 일부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산업으로 성장할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발 빠르게 도입되며 시장을 바꿔 가는 분야도 있다. 논이나 밭 등에 농약과 살충제 등을 뿌리는 ‘방제용 드론’이다. 한 사람이 1ha(1만 ㎡) 크기의 논에 농약을 뿌리는 데 3~4시간이 걸리지만 드론을 활용하면 10분이면 충분하다. 이런 효율성 때문에 국내에 있는 논의 약 40%가 드론 방제에 의존한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방제 드론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저가용 중국산 드론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국내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양승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능형농기계연구그룹 박사는 드론 개발업체 ‘메타로보틱스’와 함께 한국이 중국산 저가 공세에 맞서려면 방제 드론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물인 클라우드 기술을 연계한 방제 드론이 최근 시험을 마치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방제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정보 공유...드론 방제 시스템 업그레이드


 


지금까지 드론 방제 작업은 농민이나 농협이 방제 목적으로 드론을 구매하고, 조종사가 이를 눈으로 보며 조종해 논밭에 농약을 뿌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드론 방제를 요청한 농민이나 농협이 농약 방제가 적절히 수행되었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다. 드론 조종사의 자체 방제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사고가 발생해도 기체 결함인지 조종사 실수인지 확인할 방법이 모호했다. 드론 방제를 요청한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양승환 박사(오른쪽)와 박성우 메타로보틱스 대표가 드론 자동화와 방제 정보 수집 연구를 진행해 개발한 방제 드론을 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양승환 박사 연구팀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방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드론 자동화와 방제 정보 수집 연구를 진행했다. 양 박사 연구팀은 메타로보틱스와 함께 자동방제 기술은 물론 방제시 드론의 세세한 정보를 모두 모아 클라우드 서버에 보내 저장하고 이를 소비자와 관리자, 조종사와 드론 업체까지 모두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이다.



양 박사 연구팀은 시스템 개발을 위해 기존에 개발했던 스마트 농업 클라우드 기술을 응용했다. 양 박사는 2018년 온실에서 작업자가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가 달린 스마트폰이나 작업기를 가지고 다니면 어떤 작업자가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작업했는지를 클라우드 서버에 공유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관리자가 작업자들의 개별 작업 정도를 보고 작업 배분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드론에게 명령을 내리는 순간 모든 정보가 클라우드에 입력되도록 했다. 드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방제 경로와 속도, 뿌린 농약의 양, 조종사까지 모든 정보가 클라우드 서버에 등록된다. 권한을 받은 논 주인이나 방제를 의뢰한 기관, 조종사, 메타로보틱스 등이 방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논에서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도 방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품질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셈이다.




방제 드론은 사용자가 지정해주는 대로 논 위를 날며 농약을 뿌릴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또 드론의 방제 작업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양 박사 연구팀과 메타로보틱스가 개발한 시스템은 온라인 지도에서 방제할 구획을 지정해주면 스스로 경로를 형성하고 방제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 위성 지도에서 보이는 농지의 네 귀퉁이를 찍으면 논 전체에 농약을 뿌릴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만든다. 최적의 경로대로 농약 방제를 시작하여 방제구간에서는 자동으로 스프레이가 분사되고, 정지구간에서는 분사가 정지한 상태에서 방제 폭만큼 움직이는 방식이다. 자동방제 설정을 통해 방제량과 드론의 속도, 방제 폭, 드론의 살포 높이 등 세세한 부분 모두 조정 가능하다.


 


저가 중국산 드론 공세에 편의성과 신뢰성 높인 기술로 경쟁력 확보


 


중국산 저가 드론은 자체 소프트웨어를 쓴다. 한국에 들여와도 제대로 응용하기 어렵다. 양 박사와 메타로보틱스가 개발한 시스템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처음부터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 양 박사는 “중국의 저가 드론으로 업체 간 경쟁이 드론을 싸게 만드는 데만 집중돼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콘텐츠의 편의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양 박사는 방제 드론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인 전선 인식 기술도 추가 개발했다. 드론 방제를 하다 보면 논 사이사이 늘어져 있는 전선에 드론이 걸려 사고가 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양 박사는 드론에 깊이감을 측정할 수 있는 ‘뎁스 카메라’와 심층학습 칩을 부착해 드론이 전선을 발견하면 작업을 자동으로 멈추고 조종사의 명령을 기다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양 박사는 “초속 5m로 나는 드론이 6m 밖의 전선을 인식하고 멈추는 기술”이라며 “10mm 두께의 전선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를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쉽게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6월 중 공개를 목표로 막바지 개발 작업에 한창이다. 박성우 메타로보틱스 대표는 “어떤 정보까지 공개할 것인가와 같은 일부 법적 검토가 남아있다”며 “이르면 6월 중순에는 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 박사와 박 대표는 방제 드론이 빅데이터화되면 방제 작업을 효율화할뿐 아니라 산림 방제용 드론 같은 다른 분야에도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는 단순히 방제 품질과 신뢰를 높이는 데 쓰일 뿐 아니라 빅데이터가 쌓이면 방제 작업을 더욱 효율화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다. 매년 정확한 방제 정보를 확보해 농작물 수확 변화 등에 이를 연계시켜 분석할 수도 있다. 양 박사는 “데이터는 쌓이면 쌓일수록 어디엔가는 반드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방제를 기관에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를 쌓고 활용하기 더 좋은 구조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방제 작업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곳이 농협”이라며 “농협에서 드론을 구매해 방제 신청을 받아서 활용하는 곳도 있고, 영농법인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중앙 체제를 갖춘 기관이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응용에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제용 드론은 단순히 농약을 방제하는 것뿐 아니라 소나무재선충 관측과 방역을 책임지는 산림 방제용 드론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표는 “소나무재선충은 정보가 쌓이면 추적 관리가 가능해진다”며 “예전엔 사람이 올라가 확인을 했다면, 이제는 드론을 활용하면 약을 뿌리며 병이 퍼져나가는 패턴을 바로 분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