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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따라 스스로 열 차단 스마트 윈도우 ‘급속광소결’ 공정으로 상용화 이룬다
2020.05.18



▲김대업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본부 탄소경량소재응용그룹 박사가 생산비를 절감하는 새로운 공정으로 제작한 ‘스마트 윈도우’ 필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래의 창문은 단순히 밖을 바라보거나 열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부로부터 보이는 색을 마음대로 바꾸며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열을 조절해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해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똑똑한’ 창문인 스마트 윈도우가 최근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건물 외부 전체가 유리로 이뤄진 빌딩이 늘어나는 등 유리의 쓰임새가 커지며 스마트 윈도우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스마트 윈도우는 양산이 어려워 생산비용이 높고 전기를 계속 활용해야 했다. 유지비가 많이 들어 적어도 비용 측면에서는 ‘스마트’하지 않았다. 스마트 윈도우가 안착되려면 가격 경쟁력이 필수다. 김대업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북본부 탄소경량소재응용그룹 박사 연구팀은 스마트 윈도우를 양산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해 생산비용을 40%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대량생산 어려운 스마트 윈도우 ‘급속광소결’로 해결



스마트 윈도우는 유리를 투과해 실내로 들어오는 태양광을 제어하는 기능을 갖춘 창을 뜻한다. 크게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해 조절하는 방식과 바깥 환경에 따라 스스로를 바뀌는 방식으로 나뉜다. 전기를 통해 광선 투과도를 바꾸는 ‘전기변색’ 기술이 주로 쓰이지만, 이 기술은 가시광선 차단 기능은 우수한 반면 외부 전원이 필요해 유지비가 많이 든다. 또 다른 창의 주요 기능인 온도조절 기능도 갖추지 못한다. 



▲외부 온도에 따라 적외선량을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우 소재로는 이산화바나듐이 쓰인다. 김대업 박사 연구팀은 이산화바나듐을 용액 형태로 코팅한 후 표면에만 빛을 쪼여 소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스마트 윈도우를 만드는 데에는 이산화바나듐을 주로 활용한다. 이산화바나듐은 특정 온도에서 결정구조가 바뀌는 ‘상전이’를 일으킨다. 온도가 높아져 68℃가 되면 상전이가 일어나 통과시키던 적외선을 반사한다. 이산화바나듐에 텅스텐과 같은 불순물을 소량 첨가하면 상전이가 일어나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30℃보다 온도가 높을 때 열을 차단하고 싶다면 30℃에 상전이가 일어나도록 조절하면 되는 식이다.



이산화바나듐을 활용하는 스마트 윈도우는 유리나 필름 위에 이산화바나듐 박막을 코팅해 만든다. 대부분 이온화된 원자를 증착시키는 ‘스퍼터링’이나 기체 상태로 뿜어 입히는 ‘화학기상증착법(CVD)’으로 박막을 형성하는데, 이 기법들은 대량생산을 통한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또한 이산화바나듐에 열을 가해 나노입자 간 클러스터 형성으로 결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결 공정’이 필요한데 600℃~700℃의 고온에서 수 분의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스퍼터링이나 CVD는 장비 또한 고가인 데다 장비 속에서만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빌딩에 쓰는 대면적 유리를 코팅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산화바나듐을 용액 형태로 얇게 뿌린 다음 빛을 짧게 쪼아 표면만 얇게 소결하는 ‘급속광소결’ 기술을 개발했다. 이산화바나듐이 포함된 나노잉크를 초음파 스프레이로 코팅한 후 제논램프를 짧게 쪼여 박막을 소결하는 기술이다. 입자에 수천 분의 1초 단위로 한순간 강한 빛을 쏘면 물질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리를 소결에 활용하는 것이다. 김 박사는 “급속광소결은 인쇄전자 분야에 주로 쓰였으나 스마트 윈도우에 적용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급속광소결을 이용해 제작한 스마트윈도우는 가시광선 투과율과 적외선 투과율 등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선명한 시야에 필요한 가시광선 투과율을 72.3%로 높이면서도 적외선 투과율은 28.99%까지 떨어트려 본연의 기능을 강화했다. 현재 세계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윈도우의 가시광선 투과율은 60%, 적외선 투과율은 40% 정도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윈도우는 10만 번 이상 상전이를 거쳐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김대업 박사(右)와 윤지원 연구원(左)이 스마트 윈도우 필름 시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윈도우는 가시광선 투과도는 높이면서도 적외선 투과율은 한층 낮춰 기능을 개선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스마트 윈도우 생산비용 40% 절감



이 기술의 핵심은 공정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급속광소결 공정을 활용하면 제곱미터당 3만 원으로 추산되는 스마트 윈도우 생산비용을 40% 줄여 1만 8천원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리를 장비에 한 장씩 넣고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기존 공법과 달리 컨베이어 벨트처럼 유리를 뽑아내면서 코팅과 소결을 외부 기계로 수행할 수 있어 양산에 최적화됐다. 여기에 소결에 걸리는 시간을 1만 분의 1로 줄여 경제성 또한 높였다.



이 공정을 활용하면 유리뿐 아니라 최근 활용도가 커지는 유연 기판에도 스마트 윈도우 기능 적용이 가능해진다. 기존 기술은 높은 온도를 요구해 유연 기판이 녹아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공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표면에만 열을 가하기 때문에 유연 기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김 박사는 “유연 기판은 유리 상전이 온도가 120℃인데 기존 소결 기술을 활용하면 기판이 녹아버리는 문제가 있었다.”며 “급속광소결은 40~60℃가량의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공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기판이 녹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 윈도우 기술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최근 건물 외벽을 통유리로 제작하는 등 유리를 활용하는 건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히터나 에어컨 없이도 온도를 유지하는 스마트 빌딩 개념도 등장하며 스마트 윈도우가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는 기대다. 이미 세워진 건물 창호에도 필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온도 조절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스마트 윈도우 기능을 부여한 필름을 부착하는 것으로 건물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30% 가량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대업 박사는 “생기원 내부과제를 통해 3년간 연구개발을 거쳤고 지난해 마지막 연차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며 “3년간 특허 15건, 논문 10편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 기술은 창호뿐 아니라 자동차나 식물을 기르는 온실의 유리, 비닐처럼 스마트 윈도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쓰일 수 있다. 김 박사는 “여름철 옥외 유리창의 표면 온도는 약 40℃ 정도인데, 상전이 온도만 40℃ 전후로 조절하면 실내 온도 유지에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정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술이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해 액정 필름 제조기업 ‘큐시스’에 관련 기술 일부를 이전했다. 경상기술료는 5,000만원이다. 연구팀은 올해 큐시스와 공동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부품소재기업 맞춤형 기술개발사업’을 시작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김 박사는 “상용화를 목표로 만든 기술인만큼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야 우리도 좋고 기업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