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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만드는 유해가스, ‘마이크로버블’로 잡는다.
2020.07.20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 친환경재료공정연구그룹 조형태 박사(왼쪽 세 번째)와 송호준 그룹장(왼쪽 네 번째), 김정환 박사(왼쪽 첫 번째)는 정재억 ㈜한국이엔지 사장과 함께 미세먼지와 원인물질을 처리하는 마이크로버블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세먼지는 공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기도 하지만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에 의해 2차 생성되는 양이 더 많다. 미세먼지 배출원 중 직접 배출은 28%, 2차 생성물은 72%로 추산된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배출허용 기준을 각각 33%, 32%, 28% 강화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가스를 배출하는 공장들은 이를 저감하기 위한 설비를 필수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설비들이 덩치가 상당해 공장 공간을 차지할 뿐더러 구동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원인물질마다 각각 설비를 달아야 하고 설비를 구동하는 데도 에너지가 많이 들어 규제가 강해지는 만큼 기업의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조형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울산본부 친환경재료공정연구그룹 박사는 ‘㈜한국이엔지’ 정재억 사장과 함께 가스를 물속에 미세기포 형태로 넣는 방식으로 손쉽게 가스를 처리하면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저감 설비를 개발했다. 연구에는 송호준 그룹장과 김정환 박사도 함께 참여했다.


 

2차생성 미세먼지 해결책 '마이크로버블'


 

▲ 마이크로버블시스템에서 만들어진 하얀 마이크로버블의 모습. 가스를 바깥에서 빨아들이는 방법을 활용해 미세기포 생성에 드는 에너지를 대폭 줄였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방법 중 상용화된 기술은 크게 촉매를 통해 미세먼지를 만들지 않는 기체로 전환하는 ‘선택적촉매환원법(SCR)’과 가스를 물에 녹인 후 석회를 반응시켜 저감하는 ‘습식석회석고법(WFGD)’이 대표적이다. SCR은 질소산화물에, WFGD는 황산화물에 주로 쓰인다.



두 기술은 고가의 촉매와 석회석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고 부산물인 폐기물도 대량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한 공정으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모두를 저감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종 산화제와 중화제를 섞은 물을 가스가 흐르는 곳에 통과시켜 두 물질을 동시에 저감하는 스크러버 기술도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의 경우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산화제로 오존(O3)을 사용해 완전히 처리되지 못하면 주변 환경으로 유출될 위험성도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방법으로 마이크로버블을 주목했다. 마이크로버블은 가스를 물속에 넣어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지름 크기의 기포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사이다 속의 탄산 방울이 훨씬 작아진 형태로 보면 된다. 마이크로버블은 물과 기체가 닿는 표면적이 훨씬 넓어져 반응성이 늘어난다는 장점 때문에 세척과 반응 수율을 높이는 공정 등에 활용돼 왔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에 이 방법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마이크로버블은 물과 기체가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때문에 가스를 강한 압력으로 밀어 넣어 기체와 물 표면이 부딪히며 기포가 만들어지는 ‘압송’ 방식이 주로 쓰인다. 하지만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같은 부식성 가스는 압송을 이용하기 위해 만든 고온과 고압의 기체가 압축기를 빠르게 부식시킨다.




▲조형태 박사가 ㈜한국이엔지 사무실에서 미세기포를 활용한 미세먼지 원인물질 저감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한국이엔지의 마이크로버블 제작기술을 주목했다. ㈜한국이엔지는 물속에 공기를 압축해 밀어 넣어 미세기포를 만드는 ‘압송’ 방식 대신 반대편에서 송풍기를 통해 끌어당기며 물에서 빠져나가는 부분의 충돌을 일으키는 ‘흡송’ 방식으로 미세기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이엔지는 이 기술로 2008년 환경부 신기술 인증을 받고 대기업에 설비를 납품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흡송 방식은 기체에 압력을 가하지 않고도 마이크로버블을 만들어 낼 수 있어 부식에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공정처럼 열이나 압력을 가할 필요가 없어 에너지 소비가 적다. 정 사장은 “압송의 압력을 100으로 보면 흡송에 필요한 압력은 5.5에 불과하다”며 “에너지 효율이 높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하우에만 머물던 마이크로버블 생성 기술, 협업 통해 설비로 탈바꿈



생기원은 노하우에만 머물던 ㈜한국이엔지가 가진 마이크로버블 생성 기술을 수치화하며 정교하게 다듬었다. 우선 물과 공기의 유동해석을 통해 마이크로버블을 만들 수 있는 이상적인 설비 구조를 도출했다. 조 박사는 “물 높이, 유량, 마이크로버블의 생성 정도를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성능 카메라와 영상을 분석할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마이크로버블이 얼마나 생기는지를 측정해 도출한 설비 구조가 10~50㎛ 크기 기포를 균일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생기원이 도출한 수치를 토대로 분당 10,000L(10 Nm3)의 공기를 통과시키는 미세먼지 물질 제거장치 시제품이 개발됐다. 이 시제품은 가스가 U자 형태로 통하게 한 후 처음엔 물이 막 형태로 퍼지는 곳을 거치게 한다. 가스 속 친수성 물질을 잡는 과정이다. 공기는 U자 관의 끝에 연결된 송풍기에서 빨아들이는 압력을 타고 관 아래에 담긴 물을 통과한다. 물을 빠져나오는 시점에서 가스가 밀어올린 물이 특수 제작된 날 형태의 방해판에 부딪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버블 형태로 바뀌며 물속에 갇힌다.


 

▲ 생기원 연구진과 ㈜한국이엔지가 개발한 설비는 울산 제지업체에서 실증을 거쳐 성능을 인정받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 연구진과 ㈜한국이엔지는 올해 4월 울산의 제지업체 ‘무림P&P㈜’에서 진행한 첫 실증 시험에서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91.9%, 먼지는 99.9%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가장 저감하기 어려운 질소산화물을 더욱 줄일 수 있는 첨가제 조합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효율을 더욱 끌어 올린 후 최종 현장 실증을 거칠 계획이다.



정 사장은 이번 협업이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사례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인력 뿐 아니라 마이크로버블 사진 한 장 찍는 장비도 없다”며 “대기업에 직접 요청하기 힘든 만큼 생기원이 이번처럼 중소기업을 돕는 데 더 힘을 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떤 기술이든 100% 완벽한 기술은 없다”며 “보완하고 협업하면서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그룹장은 이번 연구가 오히려 생기원에게도 도움이 되는 등 서로에게 ‘윈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엔지가 마이크로버블을 생성하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생기원에서는 이를 미세먼지 저감에 적용하는 부분을 돕고 있다”며 “본 기술과 경험을 응용하여 이산화탄소와 같은 다른 온실가스와 공장 악취를 유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에도 적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