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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심기로만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을까
2020.07.20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가운데 위치한 ‘워싱턴 수목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미국 내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시애틀의 다운타운 한 가운데 조성된 워싱턴 수목원은 도심 속 녹지 중에서 가장 원시림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시 녹지 뿐만 아니라 삼림 역시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생태계에 가장 바람직하다. 미국 워싱턴대 제공



불과 10~20년 전만해도 매년 4월 초 식목일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은 물론 사기업까지도 산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사실 나무와 숲은 과거에는 식량이나 연료같은 직접적으로 사용하거나 신앙의 대상이 됐다. 그렇지만 현대에는 토양침식과 산사태 방지, 가뭄방지, 산림경관 및 산림휴양, 홍수조절 등 간접적이고 공익적 효용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방지와 열섬 완화, 대기질 개선을 위해 나무와 숲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초부터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영국 기상청 등이 올해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과연 그럴까’라며 의문을 품었다. 국내만해도 5월 시작과 함께 때이른 더위가 시작됐고 지난 6월 22일 서울은 6월 하순 기준으로 62년만에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되기도 했다. 올해는 여름철 기후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 현상도 발생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해 더위의 직접적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지목하고 있다.




▲매년 식목일이면 전국 곳곳에서 나무심기 행사가 열린다. 한국은 1970년대 대대적인 조림사업으로 벌거숭이 국토를 푸르게 바꾼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산림청 제공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동차 운행 감소, 화력발전소 가동 감축, 친환경 연료 사용 등은 물론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저장능력을 키우기 위한 나무심기와 숲 조성도 주요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가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공화당을 중심으로 나무심기를 독려하는 결의안을 내놓기도 했고 세계경제포럼에서도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무심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과학자들도 이처럼 지구온난화에 대한 근본적 대안 없이 나무심기만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왜곡시키는 처사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UC산타크루즈) 환경과학부, 브라질 상파울로대 삼림학과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 없이 무턱대고 나무심기를 하는 것은 기후변화 차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조림사업을 실시할 때 경제성을 강조하거나 조림의 용이성 때문에 단일수종으로 숲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이산화탄소 포집 효과도 줄어들고 생물다양성 확보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칠레 칠로에섬에 최근 조림사업으로 조성된 숲의 모습. 미국 캘리포니아산타바바라대(UCSB) 제공




한 달 정도가 지난 지난달 23일에도 생태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나무심기가 기후변화를 막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연구논문 2편이 실려 관심을 끌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대(UCSB) 환경과학부, 스탠포드대 환경연구소, 칠레 콘셉시온대 산림과학부, 환경정책의 사회경제적 영향 연구센터, 벨기에 가톨릭 루뱅대 지구생명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철저한 계획 없이 경제성만 강조하는 방식의 조림사업을 실시할 경우 이산화탄소 포집 효과는 적고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칠레를 중심으로 한 남미 국가들의 대규모 조림사업 현황과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현재 남미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조림정책은 생태 환경복원 보다는 ‘같은 값이면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과실수나 고무나무처럼 특정 종류의 나무만 집중적으로 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경우 대부분 해당 지역 특성에 맞는 고유 수목종이 아니다보니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보다 탄소를 흡수하거나 홍수를 막는 효과가 적고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파괴된 숲을 복원하기 위해 조림사업을 실시할 때 기존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숲과 어울리는 수목종을 심지 않을 경우 생물다양성을 손상시키고 숲에서 주는 다양한 잇점을 누리지 못할 위험이 크다. 칠레 고유종으로 서식지 손실이 심각해 멸종위기에 놓인 남부너도밤나무 군락지 모습. 칠레 오스트랄대 제공



한편 중국 베이징대 도시환경과학부, 베이징사범대 수질과학부, 중국과학원 티벳고원연구소, 지리과학 및 천연과학 연구소, 미국 로욜라대 환경지속연구소, 콜로라도주립대 생태학부, 스페인 생태산림응용연구소(CREAF) 공동연구팀도 기후변화 차단에 산림녹화가 중요하지만 탄소포획 능력을 과대평가할 경우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다른 노력을 소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분석 결과 토양 유기탄소 밀도가 낮은 경우 조림사업은 땅 속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증가시키지만 이미 땅 속에 유기탄소 밀도가 높은 곳에 나무를 심을 경우 오히려 토양의 탄소 저장능력이 낮춘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연구팀은 조림사업을 실시하기 전 토양 분석을 실시해 토양 유기탄소 밀도가 임계치에 다다른 곳의 경우는 새로 조림사업을 실시하기보다는 자연 재생능력을 믿고 놔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로버트 하일마이어 UCSB 교수(환경시스템과학)는 “이번 연구를 포함해 최근 일련의 연구결과들이 나무심기가 기후변화를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일마이어 교수는 “지구온난화 차단을 위해 나무심기와 조림사업의 영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되며 산림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거나 설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공기 중 탄소량을 더 늘리거나 생물다양성을 잃을 위험도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림녹화가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다른 노력들이 소홀해질 우려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토양 속 유기탄소 밀도가 낮은 곳에서 조림사업은 토양의 이산화탄소 포집능력을 증가시키지만 땅 속 유기탄소 밀도가 높은 곳에는 나무를 추가로 심을 경우 오히려 토양의 탄소저장능력이 낮아질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



이들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나무심기가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고 수질 향상, 이산화탄소 포집이라는 잇점이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환경 문제들을 모두 막을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심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 차단효과가 낮을 뿐만 아니라 토착생물계와 생물종, 더 나아가 전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일을 수행하더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민감한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