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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현실 될까···냉동인간과 기억, 천리안의 비밀
2020.06.16


▲SF에서처럼 어두운 곳도 밝은 대낮처럼 볼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까지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인공눈도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픽사베이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879~1955



역사적으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온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상상력’이었다. 상상력은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그려내고 그 미래로 향해 갈 수 있도록 현실을 추동한다. 과학적 상상력의 보고는 다름 아닌 SF이다. SF 영화나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기억과 로봇(또는 사이보그), 냉동인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SF에서나 볼 것 같은 연구성과들이 발표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



사람의 눈과 똑같은 형태와 기능 가진 인공 안구



중국 홍콩과학기술대 전기정보공학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재료과학분과 공동연구팀은 사람의 눈 구조와 유사하면서도 높은 해상도와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는 인공 눈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지난 5월 21일자에 발표했다.



▲중국-미국 공동연구팀이 태양전지를 만들 때 활용되는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해 사람의 눈 구조와 유사하면서도 높은 해상도와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는 인공눈을 개발했다. ⓒ네이처



연구팀은 태양전지를 만들 때 활용되는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을 이용해 밀도가 높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빛에 민감한 나노와이어로 연결된 반구형 인공 안구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눈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안구 가운데에 렌즈가 고정돼 수정체를 대신하고 이온성 액체로 채워져 있으며 뒤쪽에는 인공망막이 설치돼 있다. 인공망막에는 광수용체 세포를 모방한 나노와이어가 배열돼 있으며 액체금속선이 신경섬유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액체금속선은 인공망막의 나노와이어에서 받은 신호를 뇌로 전송하는 신경섬유를 모방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인공눈은 알파벳 문자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음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연구팀은 나노와이어 밀도를 사람 눈에 있는 광수용체보다 최대 10배 이상 늘릴 수 있는 만큼 사람의 눈보다 높은 해상도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해야지’하는 순간 뇌 속 기록된다



뇌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억은 많은 부분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UC샌디에고) 심리학과, 애리조나주립대 실험심리학과, 뉴멕시코주립대 심리과학과, 샌디에고 보훈병원, 배로우 신경과학연구소, 뉴로텍스 뇌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특정 정보가 기억되거나 기억되려 하기 이전에 이미 해마에서 기억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연구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6월 2일자에 발표했다.



▲기억은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지만 최근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이 그 비밀을 속속 풀어내고 있다. ⓒ픽사베이



연구팀은 뇌전증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도록 하면서 해마, 편도체, 전측대상회, 전전두엽 등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의 변화를 뇌파검사와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대상자들이 쉽게 기억하거나 오랫 동안 기억하게 되는 단어들은 보거나 듣기 1~2초 전에 해마의 신경세포(뉴런)의 발화율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해마 이외의 부분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처럼 정보 노출 전에 해마 뉴런의 발화율이 높아지는 것을 ‘인코딩 준비상태’라고 이름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코딩 준비상태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뇌 부위인 해마가 선택적으로 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인공동면 가능케 하는 뇌신경세포 발견



▲곰이나 다람쥐, 개구리 같은 동물들은 먹잇감이 줄어드는 겨울철이 되면 신진대사를 늦춰 체온을 떨어뜨리고 서서히 신체활력을 줄여 ‘겨울잠’에 든다. 최근 일본과 미국 과학자들이 동면을 유도할 수 있는 신경회로를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영국 개방대학(Open University)



SF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서 시작해 2016년 말 개봉한 ‘패신저스’까지 공통점은 뭘까.



‘냉동인간’ 혹은 ‘인공동면’(冬眠)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엄격히 따지면 동면과 냉동보존의 개념은 다르다. 겨울잠이라고 불리는 동면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것이 주요 목적이고 냉동인간은 특정 목적 때문에 생체조직이 상하지 않도록 특수처리한 상태에서 초저온으로 냉동시켜 장기보존하는 기술이다. 냉동인간 기술을 활용해 사업하는 기업들은 서너곳 있지만 아직 냉동-해동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6월 11일자에는 설치류를 대상으로 동면과 비슷한 상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신경세포 회로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 2편이 실렸다.



일본 쓰쿠바대 의대, 국제통합수면의학연구소, 이화학연구소(리켄) 망막재생연구소, 리켄 세포기능역학연구소, 니가타대 뇌연구소, 쓰쿠바 고등연구협회 공동연구팀은 생쥐에게 ‘클로자핀 N옥사이드’라는 화학물질을 주입한 결과 뇌 시상하부에 있는 Q뉴런이라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활성화되면서 48시간 이상 동면상태와 비슷하게 신진대사 활동이 느려지고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광유전학 기술로 Q뉴런을 자극할 경우에도 동면상태가 유도되는 것을 관찰했다. 유도동면에서 깨어난 뒤 생쥐들에게서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조직이나 장기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알코르 생명연장재단에서 인체를 냉동해 보존하는 질소탱크의 모습. ⓒ미국 알코르생명연장재단




미국 하버드대 의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일본 연구팀처럼 약물을 주입하는 대신 24시간 동안 음식과 물을 주지 않아 신진대사 활동을 낮춘 뒤 생쥐의 신경회로를 관찰한 결과 역시 Q뉴런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경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마이클 그린버그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인간에게 장기적인 동면상태를 유도하는 것은 이식을 위해 장기를 손상없이 보존할 수 있게 해주거나 질병 발생 후 조직손상을 최소화시키는 등 잠재적으로 의학적 잇점이 큰 기술”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