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ECH STORY
전문가들은 2011년 독일이 기계산업의 IT융합, 나아가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한 것을 4차 산업혁명 논의의 출발점으로 본다. 이후 미국은 첨단제조전략으로, 일본은 산업재흥플랜으로, 중국은 제조2015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왔다. 제조혁신을 통해 스마트 혁명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 정부도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수립하고 4대 추진방향, 13대 세부 추진과제를 선정해 실행에 나섰다. 그 중심에 스마트 팩토리 보급·확산이 놓여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이를 선도하기 위해 지난 1월 스마트제조사업단을 발족했다.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한만철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장으로부터 계획과 비전을 들어봤다.
준비·대응하지 못 하고 있다(93.6%). 준비·대응하고 있다(6.3%).
2016년,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중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 및 대응조사’를 통해 내놓은 결과다. 조사대상 300개 기업 가운데 19개 기업만이 4차 산업혁명을 준비·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는 원인으로는 제품 특성상 불필요, 전문 인력부족, 수요창출(시장) 불확실성, 투자자금 부족, 신산업 규제 순으로 나타났다.
‘제품 특성상 불필요’를 첫 손에 꼽은 진짜 이유는 ‘제조공정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ICT융합으로 이뤄내는 산업혁명이다. 지난해 이 생소한 용어를 전 세계적 화두로 부각시킨 장본인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 포럼 회장은 “물리적 시스템, 전자적 시스템, 생물학적 시스템이 대융합, 인류 역사 최대의 혁명이 되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 사람과 사물,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를 잇는 하나의 거대한 통합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초 연결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쓰나미가 가장 큰 파고로 덮쳐올 영역은 바로 제조업 분야. 앞으로는 하드웨어도 스마트폰처럼 데이터를 축적하고 해석하면서 자동 갱신하게 될 전망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동화가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뭔가를 만들지 않고도 단지 연결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펼쳐진다. 이 초 연결 지능형 플랫폼의 출현 앞에서 전통 제조업의 방식은 당연히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위 요소기술을 개발·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제조공정 자동화를 이루기 어렵다. 중소기업 맞춤형 스마트제조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생기원이 스마트제조사업단을 발족한 이유이기도 하다.
[INTERVIEW]
스마트제조사업단 한만철 단장
"생기원형 스마트팩토리 보급·확산으로
중소기업의 스마트제조 지원할 것"
Q.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걱정도 많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그런 우려가 커졌죠. 반면 로봇컨설턴트, 원격 외과의사 등 지금까지 없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1인 창업이나 창의적 프리랜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도 미국 근로자의 71%가 21세기 들어 새로 생겨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숙련된 작업자가 직관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축적된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런데 고령화로 숙련공들이 줄어드는 반면 젊고 유능한 기술자는 유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시장에서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맞춤형 대량생산으로 변화하면서 가볍고 유연한 생산체제가 요구되고 있죠. 이 때문에 제조업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 스마트팩토리가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Q. 현재의 산업이 과연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또 중소기업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 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유독 한국에서만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진원지로 알려진 독일이나 미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용어죠. 어떤 이름을 쓰던 간에 제조업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1, 2, 3차 산업혁명도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조금씩 발전하다가 어느 순간 사회 전체가 달라졌죠. 이른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입니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나서 시작하는 건 늦습니다. 한국이 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창의적 선도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는데, 성공적인 제조혁신을 위해서는 지금 준비해야 합니다.
또 중소기업이 피부로 느끼지 못 하는 것은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 기술지원 전문기관인 생기원이 스마트 팩토리 보급·확산을 통해 제조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국내 스마트 팩토리 보급 현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정부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보급사업은 ’20년까지 1만 개를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관련 기술은 스마트센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8대 요소기술 개발 위주로 진행되고 있죠.
문제는 이러한 핵심기술의 현장 적용체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개발 중인 요소기술의 평가·검증, 실증테스트, 대표 적용사례 등 핵심기술을 순차적으로 연결하는 적용체계가 아직 구현되지 않았어요, 또 다양한 업종별 공정에 특화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업종별로 가치사슬이 연계 운영되는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 모델이나 기술 개발도 부재한 실정입니다.
Q. 데모공장, 대표공장 같은 형태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시험공장 단계에 데모공장과 대표공장이 있습니다. 데모공장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제어기 등 여러 가지 요소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모형 사이즈의 작은 공장을 말합니다. 공급사의 요소기술을 평가하고 검증하는 데 그쳐 실제 현장 상황이나 환경을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상품성도 없고요.
대표공장은 해당 산업의 대표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공장으로, 정부가 실제 생산기업을 채택 ·지원해 개설합니다. 시행착오로부터 공정 구축 노하우와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지만 기업 고유의 자산이자 경쟁력이기 때문에 공유나 보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단기간 내 스마트 팩토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는 적당하지 않다고 봐야죠.
Q.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존 데모공장과 대표공장 사이에 현장 실증 테스트를 위한 실증공장을 도입해 핵심기술의 현업 적용체계를 확립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생산환경이나 공정 특성은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업종별로 실제 생산환경에서 실증 테스트를 거치는 게 중요합니다. 즉, 데모공장에서 평가·검증된 요소기술을 포함한 공정기술을 실증공장에서 테스트하고,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나 데이터, 운영기술 등을 중소기업에 이전·확산하는 것입니다.
생기원이 스마트제조사업단을 발족하고 실증공장 보급·확산에 공들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확산성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파일럿 생산라인 및 제조공정을 활용하면 다양한 업종의 실증공장 구축이 가능합니다. 실제 운영 중인 설비를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구축 비용이 들지 않고 기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Q. 실증공장을 생기원형 스마트 팩토리 보급·확산 형태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센서 등은 사실 요소기술 들입니다. 그런데 염색, 표면처리, 주조, 금형, 화공 플랜트, 기계 부품 가공 등 다양한 업종에 복잡한 공정이 존재하는 실제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노하우와 공정기술입니다.
생기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가진 연구 경험과 기업 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증공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던 데모공장과 대표공장의 문제점을 해결한 형태죠. 실증공장은 데모공장보다 높은 수준의 시험평가 모델 공장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납품과 판매가 가능합니다. 다양한 산업과 공정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지식, 설비를 중소・중견기업에 자유롭게 보급할 수 있다는 것이 실증공장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스마트제조사업단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은 무엇입니까?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 모델을 정립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도입을 유도해 내재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급·확산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업종별·기업규모별 공정특성을 고려하되 진화 가능한 한국형 스마트 팩토리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한편으로는 실증공장을 통해 핵심기술 적용 노하우와 운영기술 등을 체계화하고, 보급·확산을 위해 유관기관과도 적극 협력할 방침입니다.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도 힘을 실을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목표가 빠른 시일 내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좋은 전략을 기획하고 제안해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업단 연구자들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