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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뿌리산업이 가야 할 길
2017.10.16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제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 고도화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사상누각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이때, 제조업의 뿌리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첨단시대, 다시 논의되는 ‘Back to the Basic’

세계 산업구조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전환점마다 인류는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로 시대와 시대의 분기점을 만들었다. 1차와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쳐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시대의 공정 자동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AI 지능이 자동화를 넘어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까지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이 하나의 연결망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제어하고, 모든 정보는 빅데이터 구조를 만들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경계를 넘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는 얽힘의 시대, 지금까지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세계가 여전히 3차 산업혁명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대두된 4차 산업혁명이 단순 마케팅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휩쓸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제조업 강국들이 일제히 다시 제조혁신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첨단기술이 넘쳐나는 지금,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첫발은 독일이 2011년 내놓은 ‘인더스트리 4.0’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클라우드 생태계 선점’으로, 일본은 ‘일본재흥전략’으로 제조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제조 2025’를 필두로 10대 미래 신산업에 적극 투자 중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4년 ‘제조업 혁신 3.0’전략을 발표하고, 제조혁신의 시동을 걸었다. 선진국 추격형 전략에서 선도형 전략으로 전환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뿌리산업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인터뷰]
“21세기 뿌리산업, 유연성에 답 있죠”
유승목 뿌리산업기술연구소장

 



Q. 4차 산업혁명시대에 오히려 뿌리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대가 변하면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과연 뿌리산업이 적절히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규모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인력문제 때문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인력이란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엔지니어를 일컫습니다. 실제로 작은 기업에는 고급 엔지니어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렇다보니 외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뿌리산업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은 유능한 엔지니어를 통해 자생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또한 스마트팩토리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해 생산 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유연성은 곧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고객 확보도 필요합니다. 한두 개 대기업에 의존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유연한 생산시스템으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는 기술력이 결국 뿌리산업 경쟁력을 좌우하지 않을까 싶어요.

 

Q. 말씀하신 스마트팩토리가 유연한 생산시스템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의 공장은 양산 과정 중의 공정변수를 다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헌데 스마트팩토리 개념이 들어온 후 공정상 발생하는 데이터와 다양한 변수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데이터를 감지하는 센서 기술이 중요해졌습니다. 센서를 통해 데이터가 모여 결국 ‘빅 데이터’를 이루니까요. 빅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추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과 해결방식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발생할 법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게 가능해지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대응하면 좋은 품질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선제 대응 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Q. 국내 뿌리산업 경쟁력, 어느 수준까지 왔다고 할 수 있을까요?

독일의 뿌리산업 경쟁력을 100으로 치면, 우리나라는 약 80% 수준에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는 중국이 우리를 추월한 지점도 이미 나왔죠. 중국의 경우 워낙 거대 자본이 움직이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적용을 통해 기술 경쟁력 및 고객요구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해 나가는 일입니다. 높을 품질을 구현해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가 대응하지 못하는 제품 생산에 집중해야 하죠.

 

Q.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뿌리산업이 탄탄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있습니다.

네. 독일의 제조혁신 전략인 ‘인더스트리4.0’ 이 나올 수 있던 것은 전통 제조기술이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독일 연구진들에게 ‘어떻게 이토록 체계적인 시스템과 관리를 갖추게 되었는가’ 물으면 ‘문화에 답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독일의 문화가 독일의 공장 및 제조업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죠. 에를 들어 독일 최대 컨설팅 회사인 롤란트 베르거(Roland Berger Strategy Consulatants)는 가족 소유의 유한기업입니다. 이 기업은 실적을 평가할 때 기준을 ‘분기’나 ‘년’이 아닌 ‘세대’를 기준으로 삼아요. 기업을 평가하기에 ‘분기 혹은 ’년‘은 독일 기준에서 너무 짧은 기간인 거죠. 이러한 점은 문화적 토대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해요.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로 끌어올릴 수 있던 거죠.

 

Q. 독일의 문화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길게 호흡을 가져가는 문화라고 할 수 있겠죠. 독일 사람들은 처음부터 2~3년 이내에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다고 믿지 않아요. 적어도 10~15년의 시간을 소요해야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죠. 독일의 첨단 기술전략인 ‘하이테크 2020’도 2010년대에 세워진 계획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부터 준비한 작업이에요. 2010년 들어올 즈음 그 계획이 발표된 거죠. 기초과학 분야 뿐 아니라 산업에 있어서도 이렇게 긴 안목을 갖고 미래를 계획한다는 점은 분명히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로봇, AI,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통 제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전통 제조업 기반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는 것은 새싹이나 묘목을 기르는 과정을 생략하고 갑자기 큰 느티나무를 만들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4차 산업혁명은 그 범위가 한정돼 있어요.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죠. 영국이 1980~1990년대에 금융서비스업에 국가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후 국내 제조업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국 내에서 금융 자금을 활용할 기업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국가경제 전체에 문제가 생겼죠. 우리나라 글로벌 대기업 중 한국 경제사에서 제조업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기업은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제조업이라는 몸통에 날개를 다는 것과 같습니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꾼 제조업이 결국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3D산업으로 분류됐던 뿌리산업을 ‘ACE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며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ACE 산업이란 ‘Automatic’, ‘Clean’, ‘Easy’를 의미합니다. 효율성을 극대화 한 인간중심 생산체제로 뿌리산업을 전환하겠다는 철학이 담겼죠. 산업현장에서 인간성 보호 의식을 향상시키겠다는 철학은 ACE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이 갖고 있는 공통된 가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자본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를 만드는 데에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괴리가 있죠. 중소기업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Q. 국내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요?

대다수가 영세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모든 하드웨어를 갖추기는 힘듭니다. 생기원의 역할과 책임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이야기 했을 때, 중소기업이 센서기술 혹은 산업 IoT 기술을 어떻게든 갖출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이후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나 툴을 갖추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열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는 것이죠.

 

Q. 그렇다면 뿌리산업기술연구소의 대응 전략은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공정을 관리하는 기술, 즉 공정기술이 중요합니다. 공정상 도출되는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발생한 문제와 발생할 문제에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뿌리산업 분야가 3D산업으로 분류되다보니 센서를 이용해 공정상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여의치 않습니다. 열과 분진, 진동 등 여러 장애 요소가 많거든요. 이러한 극한 환경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는 게 중요한 이유죠. 뿌리산업기술연구소가 이 과제를 해결할 센서를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마치 자동차의 애프터 마켓처럼 기존 공장 설비에 센서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죠. 일명 ‘애드 온(Add-On) 모듈’입니다. 이 모듈이 장착되면 직접 기기 앞에 서 있지 않아도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했는지, 공정과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공정중심형 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입니다. 공정과정 중 수집한 데이터를 한 서버에 모으는 거죠. 다른 기업에서도 ‘클라우드 플랫폼’에 데이터를 모으는데, 이 경우 좋은 점은 기업마다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풍성해진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기업이 홀로 설 수 없는 시대가 올 거예요. 기업 간 협업이 중요해 질 것입니다.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 등이 잘 연계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