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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체기술, 어디까지 왔나?
2018.02.27

2030년이면 현재 국내 가동 중인 25기 원전 가운데 12기의 설계 수명이 종료된다. 가동을 멈춘 원전은 제염, 절단, 폐기물처리, 환경 복원의 순서로 해체 작업을 진행하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기술을 가진 나라는 극히 드물다. 원전 건설에 집중하던 것에서 원전을 해체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가 영구 정지됐다. 이를 시작으로 정부는 현재 30%에 달하는 원자력 발전량을 2030년까지 23%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원전해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구 정지된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599기 중 150기가 가동을 멈췄다. 그런데 이중 19기만 해체가 완료된 상태다. 더욱이 2040년 이후가 되면 총 216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될 예정이다.

원전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정도이다. 시장에선 미국을 제외하면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폭증할 수요를 고려하면 원전해체 시장은 ‘블루오션’인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는 2030~2049년 원전 해체시장 규모를 총 185조 원, 연 평균 9조2000억 원으로 내다봤다.

미국전력연구원(E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해체 비용 중 19%는 ‘방사성 폐기물처리 비용’이다. ‘해체시설 설계 및 관리 등 인건비’와 ‘제염·철거’ 관련 비용은 각각 43.5%, 2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내 원전해체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와있을까?



​[인터뷰]
원전해체 기술 및 경험 축적 위한 적기
남대근 에너지플랜트그룹 수석연구원



Q. 원전해체라는 분야가 생소하다. 원전해체는 어떻게 진행되나.

원전해체는 해체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인허가, 직접적인 해체 작업, 환경 복원 등의 과정전반을 포함한다. 계획 수립은 일종의 설계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해체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로드맵을 설계하는 일이다.


직접적 해체 작업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단계가 제염이다. 제염은 세제로 그릇을 깨끗이 닦아내는 것처럼 원전 구조물의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절단·해체는 원전 구성품과 구조물을 잘라서 분해하는 작업이다. 대형 톱날 등을 사용해 기계적으로 잘라내는데, 고방사능 오염 구역인 원자로의 경우에는 로봇을 이용한다.

폐기물 처리는 제염과 절단·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사람에게 해가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이다. 특히 콘크리트나 금속 등은 제염을 통해 방사능을 현저히 낮추면 자원으로 다시 쓸 수 있다. 해체가 완료된 원전 부지는 최종적으로 남아 있는 방사능 측정, 안전성 평가 등 복원 과정을 거친다.

​Q.  현재 국내외 원전해체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는 아직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이 없다. 그러나 연구용 원전에 대한 해체 경험을 가지고 있고, 고리원전 1호기 해체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여러 관련 기관들에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기계, 전기·전자, 뿌리기술이 발달된 우리나라는 측정·분석기술, 분사연마 제염기술, 기계적 절단기술 등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장기적인 기술투자가 요구되는 제염에 의한 재료 건전성 평가기술, 열적 절단기술 등에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총 38개의 원전해체를 위한 핵심기반기술 중 우리나라가 확보하지 못한 기술은 21개로 파악되고 있다.



Q. 현재 국내 기술 수준으로 원전 해체가 가능한가?

사실상 고리원전 1호기 해체가 국내 원전 해체기술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원전 해체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해체 준비 기간만 최소 2년, 실제 해체 작업에 들어가기 전 사용 후 핵연료를 냉각하는 데만도 6~7년이 걸린다. 짧게 잡아도 최소 15년 이상 걸린다고 봐야한다. 원전 해체는 건설, 기계, 전기, 전자, 화학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된 종합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약 1조 원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전해체 작업 전체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해서 개발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원전해체 선도국과의 협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Q. 안전한 원전 해체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준위 방폐장이 없는 실정이며, 건립에는 여러 이해당사자의 갈등이 예상된다. 산학연관의 협력은 물론 지역주민 등의 이해당사자들 간 소통과 협조가 중요하다.



Q. 해체 이후 원전 부지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을 위험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 그러나 안전문제는 안전수칙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의 란초세코 원전은 해체 이후에 주민들이 주변으로 캠핑을 올 정도로 안전하다. 결국 원칙의 문제라고 본다.


Q. 원전 해체기술 개발을 위한 생기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원전해체용 핵심 원천기술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전문기관에서 연구 중이다. 생기원은 이렇게 개발된 원천·기반기술을 토대로 중소기업과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원전 해체기술은 기술 개발 못지않게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생기원은 상용화기술 개발을 통해 중소기업이 원전해체 기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기반을 축적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왔나?

현재 생기원은 6명의 연구진들이 원전 해체기술 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원전 해체와 관련된 커뮤니티에 참여했고, 2~3년 전부터 중소기업과 함께 로봇을 이용한 제염·절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부산은 뿌리산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뿌리산업 관련된 절단·제염 상용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생기원 동남지역본부에서는 부산광역시와 함께 ‘부산지역 원전 해체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수행중이다. 3년간 10여 개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원전해체를 위한 상용화 기술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원전 해체산업을 위한 전문 인력이 거의 없다보니 인력양성도 중요하다. 부산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원전 해체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