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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기기, 왜 경량소재인가?
2018.04.12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썰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래형 자동차’를 닮은 썰매 제작에 기라성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나섰다는 뉴스도 전해진다. 동계올림픽이 기업들의 기량을 뽐내는 무대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각종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것인데, 그 바탕에는 경량소재가 있다.


썰매 종목은 선수와 썰매를 합친 무게가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그런데도 경량소재로 가볍게 만드는 이유는 도움닫기에 있다. 썰매가 최대한 가벼워야 밀기가 수월해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게다가 썰매 무게를 줄이면 규정된 범위 내에서 선수의 근력을 더 늘릴 수 있어 경쟁력이 높아진다.


동계스포츠로 인해 관심이 증폭됐지만 경량소재는 거의 모든 산업의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전문가들은 2005년 전체 차체 무게의 약 64%를 차지했던 철강 소재가 2020년에는 약 53%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철보다 가벼운 소재들이 철을 대체해 자동차 경량화를 이끌 전망이다. 가장 큰 시장은 자동차산업이지만, 항공·선박·철도 등 각종 수송기기 분야에서의 개발 움직임도 뚜렷하다. 가속화되고 있는 경량소재 동향을 듣고자 성형기술그룹 이종섭 그룹장을 만났다.


자동차산업의 다종소재화 움직임
뿌리산업기술연구소 성형기술그룹 이종섭 그룹장


Q. 자동차분야에서 특히 경량화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동차 무게는 1970년대 평균 900㎏에서 현재 1,300㎏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사람들의 요구(안전·기능·감성품질 등)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차체 무게가 점점 무거워져 ‘경량화’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20여 년 전부터이다. 자동차 무게가 줄어들 경우 가속 성능은 향상되고, 관성은 감소된다. 관성이 줄어들면 가속성이나 핸들조향이 좋아지므로 승차감도 개선된다. 또한 잘 알려진 것처럼 연비 개선, 배출가스 저감 효과도 크다.

Q. 경량화를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나?


부품 수를 줄이거나, 경량소재를 쓰거나, 형상을 최적화하는 3가지 방법이 있다. 그런데 부품 수를 줄이거나 형상 최적화 방법은 차종에 따라 적용 방법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반면 경량소재 적용은 거의 모든 차종에 가능하고 무게 감소가 불가능한 부품을 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량소재 쪽으로 연구 방향성이 기울고 있다. 동계올림픽대회에서 선수 근력증대를 위해 썰매를 경량화 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Q. 경량소재에도 트렌드가 있나?


​무엇보다 핵심적 트렌드는 다종소재화다. 경량소재만 적용하기엔 단가 부담이 너무 크고 각 소재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여러 소재를 ‘적재적소(Right materials at right places)’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10년 전만 해도 모든 자동차부품이 알루미늄으로 교체될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철강 소재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이다. 차량 가격대에 따라 저가는 철강 소재, 고가의 차량은 알루미늄과 같은 경향합금 소재, BMW i3 같은 전기자동차는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s)이 적용 되고 있다.




Q. 경량소재별 특징도 다를 것 같다.


모든 기계구조물에는 부서지기 직전까지 버티는 힘인 ‘강도’와 휘어지지 않는 힘인 ‘강성’이 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에는 안전을 위해 당연히 강도와 강성 모두 중요하다. 가장 먼저 경량소재로 각광받았던 알루미늄은 탄성계수가 철강의 1/3밖에 안 된다. 강성에서 불리하다는 뜻이다. 반면 CFRP는 소재 경량화에 더욱 효과적인데다 강성 또한 높다. 알루미늄이 20~30%의 경량화 효과를 보이는 데 비해 CFRP는 50%이상 경량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가격이 알루미늄의 10배 이상 되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다종소재 콘셉트로 갈 수밖에 없다. 각 소재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가격, 생산성 등을 고려해 여러 소재가 복합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Q.다른 수송기기 제조분야는 어떠한가?


항공기에는 전통적으로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왔다. 알루미늄-리튬합금의 성능 개선 노력과 함께 새로운 고강도 알루미늄합금 개발 움직임이 있다. 선박·철도에서도 철강소재를 알루미늄 소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특히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선박의 선체 프레임을 알루미늄으로 바꾸거나, 레저용 선박을 재활용성 높은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려는 노력 등이 이어지고 있다.



Q. 스포츠 분야에서도 경량소재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동계올림픽에서 썰매뿐 아니라 스케이트 날 역시 경량소재를 사용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스케이트도 속도가 나려면 표면품질이 매끄럽고 저항을 덜 받는 가벼운 소재가 중요하다.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달고 달리는 것과 맨 다리로 달리는 것이 다르듯, 스케이트 날이 가벼우면 선수가 힘이 덜 든다.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은 특히 그렇다. 경량소재는 신산업 분야 중 고효율, 인간친화, 친환경 등과 관련된 산업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지만 역시 수송기기 분야의 활용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Q. 경량소재 관련 연구는 어떤 것이 있나?


성형기술그룹에서는 경량소재 적용을 위한 공정기술을 주로 다룬다. 품질을 모니터링하는 기술, 공정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술 등 성형공정 및 장비의 디지털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편으로는 다종소재화에 적합한 성형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소재 개발이나 용접접합 분야 연구자들과 함께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공정간 융합은 경량소재 가공분야의 큰 트렌드다. 성형·열처리·주조 등의 공정을 한 라인으로 결합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공정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량소재로는 고강도강의 냉간성형기술, 항공기용으로 쓰이던 고강도 알루미늄의 자동차 적용을 위한 열처리 통합형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