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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뛰어넘는 인공지능 나올까
2019.11.13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 리’와의 대결 모습. 서울신문.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 리’는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세돌 9단은 경기 시작 전 “다섯 게임 중 한 번이라도 지면 인간이 패한 것”이라고 말했었고 많은 전문가들, 심지어 인공지능 전문가들까지도 체스나 장기와 달리 바둑은 가능한 경우의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4대 1로 알파고의 압승이었다. 이후 전 세계인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바야흐로 AI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파악하게 됐다.



그런데 이제는 기보가 있는 바둑, 체스 같은 보드게임을 넘어선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반응에 대응할 수 있는 게임까지 가능한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기보 없이 실시간 워게임도 가능한 AI 등장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는 올 초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2’가 가능한 AI ‘알파스타’를 내놨다. 이후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킨 뒤 네덜란드 e프로게임팀 ‘팀 리퀴드’와 함께 스타크래프트2를 실제 운용해본 결과 전 세계 프로게이머들 중 상위 0.2%에 해당하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0월 31일자에 발표했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 네이처



스타크래프트는 서로 다른 특성과 능력을 가진 3개 종족인 테란, 프로토스, 저그 중 하나를 선택해 상대와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바둑이나 장기처럼 기존 경기 데이터가 있거나 경기 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원 수집, 유닛 건설, 전투병력 생산, 제어 등의 동작을 상대방 정보를 토대로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수정해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알파고와 인간 바둑고수 대결 때처럼 아무리 인공지능이라고 할지라도 인간 프로게이머와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예측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파스타는 3개 종족 모두에서 ‘그랜드 마스터’급 실력을 갖췄다. 온라인 게임이 이뤄지는 배틀넷에서 모든 게이머들은 실력에 따라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7단계로 구분되는데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됐다는 의미이다. 더군다나 인간 게이머들은 3종족 중 하나에 강점을 보이지만 인공지능은 그런 것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파스타의 전체 평균 승률은 99.8%로 나타났다. 특히 테란족을 선택해 프로토스족을 상대했을 때는 승률이 100%였으며 승률이 가장 낮은 경우는 저그족을 선택해 프로토스를 상대했을 때인데 이 때도 99.51%에 달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인간 프로게이머와 3대 1로 붙었을 때도 알파스타의 승률은 99.76~99.93%의 승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알파스타가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하는 모습. 딥마인드


알파스타는 여러 개의 단일 인공지능(에이전트)들이 높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이나 전략을 구상하도록 목적성을 부여한 뒤 협업과 경쟁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터득해 나가도록 하는 멀티 에이전트 강화학습 알고리즘으로 훈련됐다.



알파스타의 성공은 일종의 ‘워 게임’이 가능한 AI이 등장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불완전한 정보로 최적의 답을 찾거나 실시간 결정을 해야 하는 개인비서, 자율주행차, 로봇 등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특정 임무만 수행 가능한 인공지능, 흔히 말하는 약(弱)AI를 넘어서 모든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범용 인공지능인 강(强) 인공지능 등장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보다 신뢰도 높은 AI의사”



지난 10월 27-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외과의사협회 2019 임상회의’에서 미국 뉴욕대 의대 부설 랑곤병원 연구진은 외과 수술 이후 환자의 치료방법을 선택할 때 인간의사보다 AI의사가 더 정확하고 올바른 선택을 한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보통 외과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던지 일반 병실에서 장기 입원 치료를 받거나 단기 입원 후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게 된다. 이런 수술 후 치료방법의 선택은 의사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었지만 연구진은 환자와 관련한 87개 임상 변수와 15개 기준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사가 판단하도록 한 뒤 관찰했다. 그 결과 AI의사의 판단은 82%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인간의사의 판단 정확도는 70% 정도에 불과했다. 또 치료 예후나 환자의 만족도 역시 AI의사가 인간의사보다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다트머스대 의대와 다트머스-히치콕 노리스코튼 암센터 공동연구팀은 내시경 영상과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인공지능 의사가 사람의사가 놓친 초기 식도암까지 발견하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의학회에서 발간하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 11월 7일자에 발표했다. 기계학습 방법을 이용해 훈련시킨 AI의사는 내과의사나 병리학자들이 육안으로는 찾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종양세포까지 찾아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인공지능과 인간의사의 협업을 통해 암을 조기발견할 경우 환자의 치료효과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신문


이 같은 AI 의사의 등장은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환자들의 불만까지 더해져 인간 의사의 설자리를 점점 좁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미래에 이처럼 시키는 일을 알아서 척척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지난해 전 세계 57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들과 함께 카이스트의 인공지능 무기화 연구에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공동연구 보이콧을 주도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공지능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교수는 얼마전 한국을 찾아 “AI는 장기적으로 긍정적 측면이 크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면이 눈에 더 많이 띈다”고 지적했다. 월시 교수는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고 했을 때 그에 대한 결과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하는 문제는 남아있다”라며 “디지털 분야의 혁신에 있어서 규제는 절대 악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지 않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일정 부분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