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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을 맞아 보는 ‘쥐’의 모든 것
2020.01.16


▲경주 김유신묘 십이지호석 자(子)상 탁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다보면 매년 돌아오는 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저물고 ‘새로운 10년’(Decade)을 시작하는 2020년이 밝았다.



올해는 십이지 동물 중 첫 번째인 쥐의 해이면서 60갑자의 서른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경자년’(庚子年)이다. 올해는 쥐들 중에서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하얀 쥐의 해’라고 부르는데 이는 십간(十干)의 ‘경’(庚)이 쇠의 기운을 상징하고 방향은 서쪽을 의미하며 오방색 중에서 흰색을 뜻하기 때문이다. 민화나 신화에서 쥐는 재물과 다산,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꾀 많고 지혜로운 동물로도 그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쥐의 해는 풍요롭고 희망이 가득하며 기회가 많은 때이며 이 해에 태어난 사람은 먹을 복이 많아 평생 먹고 살 걱정을 않는 좋은 운명을 타고 난다고 믿어져 왔다.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한 쥐…의식주 피해를 입히는 동물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현실에서의 쥐는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고 의식주를 축내는 해로운 동물이었다. 인류가 농사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후 쥐는 사람들의 골칫거리가 아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들쥐에 의한 농작물 피해부터 시작해 집쥐 때문에 저장된 곡물의 피해, 목조건물의 손상, 각종 질병의 운반체였다.



쥐는 약 3600만년 전 신생대 2기에 해당하는 ‘에오세’에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동물로 포유류 쥐목(흔히 설치류라고 부른다)에 속한다. 남극과 바다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육지에서 발견되는 동물로 번식력이 왕성해 전체 포유류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 약 1800종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중 한반도에는 12종의 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가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인류 역사 전면에 등장한 것은 중세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부스럼으로 시작돼 온 몸의 피부가 검게 변하며 죽게 되는 ‘흑사병’을 옮기는 것이 다름 아닌 쥐였기 때문이다.



“4월 16일 아침, 의사 베르나르 리유는 자기의 진찰실을 나서다가 층계참 한복판에서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했다. 당장에는 특별한 주의를 하지도 않은 채 그 동물을 발로 밀어 치우고 층계를 내려왔다”라고 시작되는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서도 쥐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쥐가 옮기는 흑사병은 역사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동로마제국 최대 전성기였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다스리던 시기인 541년 이집트 동북부 펠루시움에서 시작된 선페스트는 동로마제국 전체로 확대되면서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당시 흑사병을 ‘유스티니아누스 대역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후 1347년부터 4년 동안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는 당시 유럽인구 7500만명 중 3분의 1을 사라지게 했으며 영국과 프랑스 간에 벌어졌던 백년전쟁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페스트로 인해 당시 주요 산업이었던 농업인구가 줄어들면서 농업경제로 버티던 영주 중심의 봉건체제가 붕괴되고 왕 중심의 중앙집권체제와 도시 중심 경제시스템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1664년 영국에서 유행했던 페스트는 근대 과학을 태동하게 만들기도 했다. 런던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하던 아이작 뉴턴은 페스트를 피해 시골인 울스토프로 피해 2년 동안 지내는 동안 만유인력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미적분학을 체계화하고 광학 관련한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놨다.



이렇게 인류를 괴롭히던 페스트는 19세기 말 페스트균을 분리해 내면서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됐다.




20세기부터 인류를 살리는 동물로 주목



인류에게 해로운 동물이었던 쥐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귀한 존재로 역할을 하게 된 것도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의학과 생물학 분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과학자들은 사람 대신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게 됐는데 그 때 주목받은 것이 바로 ‘쥐’였다.




▲생쥐를 이용한 생물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국내에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실험 가능한 동물은 마우스, 래트, 기니피그, 햄스터, 저빌(모래쥐), 토끼, 개, 돼지, 원숭이, 기타 동물로 구분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펴낸 ‘2019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는 220만 1748마리의 실험동물이 사용됐는데 이 중 설치류가 215만 5105마리로 전체 9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설치류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마우스와 래트로, 쥐 없이는 의학, 생물학 연구는 사실상 멈추게 된다고 봐야할 정도이다.



연구논문을 보다보면 같은 논문에서도 마우스와 래트 실험이 구분돼 있는 경우도 꽤 있다. 마우스는 흔히 생쥐라고 불리며 래트는 쥐라고 통칭되는데 집쥐로 볼 수 있지만 크기가 다르다. 마우스는 크기가 약 25g 정도의 작은 쥐이고 래트는 평균 250g, 큰 것은 1㎏까지 나가는 큰 쥐이다.



다른 실험 동물들에 비해 연구자들이 쥐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쥐는 번식력이 좋고 임신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쥐를 비롯한 대부분의 설치류들 임신기간이 3주 내외로 짧은데다가 새끼를 한 번에 적게는 5마리에서 많게는 13마리까지 낳는다. 또 쥐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약 90%가 일치하기 때문에 인간의 질병과 노화를 연구하는데 자주 사용될 수밖에 없다.



쥐들은 몸집이 작기 때문에 사육공간이 클 필요가 없으며 다른 실험동물들과는 달리 연구자들이 한 손으로 들어 조작하는 등 실험통제가 가능하다. 특정 질환에 대해 실험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된 일부 실험쥐는 수천 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대학이나 병원 등에서 노화나 암 등 질환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생쥐의 가격은 보통 40만~50만 원대, 학생 실험용이나 심리학 실험에서 사용되는 일반 실험용 생쥐는 1만원 수준이다.



다른 실험동물보다 키우기 쉽고 유지비용이 적게 든다고는 하지만 관리는 까다롭다. 온도는 21~23도, 습도는 40~70%를 유지해야 하고 소음관리는 물론 12시간 간격으로 조명을 켜고 꺼주면서 생체리듬 조절까지 해줘야 한다.





▲실험동물로 많이 쓰이는 설치류들. ⓒ픽사베이 제공



최근 동물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쥐를 비롯한 동물을 실험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줄이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실험동물로서 쥐의 장점이 많기 때문에 인간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 기술로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어쨌든 올 한 해는 과학기술이 좀 더 관심을 받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마음과 과학기술계도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에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 기대감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라는 시로 마무리 지을까 한다.




첫눈, 첫사랑, 첫걸음

첫약속, 첫여행, 첫무대

처음의 것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결한 설레임의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새해 첫 날

첫기도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모든 아침은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 손님


(중략)


게으름과 타성의 늪에 빠질 때마다

한없이 뜨겁고 순수했던

우리의 첫열정을 새롭히며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아침의 사랑으로 먼 길을 가야 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 이해인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