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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사태로 보는 감염병 이모저모
2020.02.11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스, 메르스 매개체로 알려진 박쥐가 어떤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이 동굴에서 박쥐를 포획해 조사하고 있다.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지난해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물시장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2019-nCoV)이 무서운 기세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월을 기점으로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측도 있지만 4~5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를 통해 신종감염병에 대해 살펴보자.




인류의 시작과 함께한 감염병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나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 등을 보면 바이러스나 각종 세균(박테리아)으로 인한 감염병은 오랫동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해 왔다.



역사에 처음 기록된 판데믹(대유행)은 동로마 제국 최고 전성기였다고 알려진 유스티니아누스 1세 재위시절이었던 541년 시작돼 750년까지 2세기 넘게 이어진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다. 고고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하루 5000~1만 명이 사망해 541~543년 2년 동안 동로마 제국 전체에 250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역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200여년 동안 약 1억명이 죽었다는 추정도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대유행한 감염병인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을 묘사한 중세시대 그림. ⓒ퍼블릭도메인




그 이후 가장 유명한 감염병은 14세기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서 약 2억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페스트, 1918~1919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많은 5000만~1억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독감이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위생과 영양상태가 개선되고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와 각종 백신이 등장하는 등 과학과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감염병은 1960년대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 많은 사람들이 인류가 감염병은 완전히 정복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감염병이 재출현하고 기존에는 없었던 신종 감염병들이 속출하면서 현재는 196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1918~1920년까지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최소 5천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실제로 21세기에 막 들어선 2002년 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 SARS),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2013년 살인진드기,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을 비롯해 웨스트나일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신종 코로나까지 그야말로 ‘감염병의 세기’가 돼버린 느낌이다.




기후변화로 더 극성부리는 감염병


신종 감염병은 새로운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 이외에 원인 병원체는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감염병까지 포괄하고 있다. 많은 신종감염병은 증상이 애매하고 조기진단이 쉽지 않으려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포감에 빠지기 쉽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신종 감염병들 대부분은 동물들에게서 유래된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토착 질병이 교통수단의 발달과 국제 교류의 증가로 인해 쉽게 퍼져나가고 그렇게 이동하면서 병원균이 변형돼 독성이 강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이 늘어나고 독성이 강해지는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제동물보건기구(OIE)에서도 “기후와 환경변화는 가축전염병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에 미치는 주요 영향으로 기온 증가와 가뭄, 홍수로 인한 식량생산에 위협이 가해지고 그로 인해 영양실조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잦은 홍수로 상하수도 시설이 훼손돼 수인성 전염병과 식품매개성 질병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온상승과 강우패턴의 변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병원체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고 모기, 설치류 등 질병매개동물의 생육환경을 변화시켜 병원균 매개에 더 용이하게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개발도상국들의 산림자원 훼손과 도시화는 위생상태 악화, 물 공급 부족, 인구밀도 증가를 가져와 감염병 전파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화학물질로 인해 내분비 호르몬이 영향을 받아 면역기능이 약화되는 것 역시 신종 및 인수공통감염병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라 증가되거나 증가가 예측되고 있는 전염병은 일본뇌염, 웨스트나일열, 쯔쯔가무시병, 라임병, 리슈만편모충증, 리프트계곡열 같은 매개동물에 의한 전염병과 콜레라, 비브리오패혈증 같은 수인성전염병, 살모넬라 같은 식품매개 전염병, 그 밖에 렙토스피라병, 신증후군출혈열, 조류인플루엔자, 광견병, 탄저병 등이 있다.




전염병 조사를 위한 질병 탐정 육성해야



▲과학자들이 동굴에서 잡은 박쥐의 배설물과 신체의 여러 표본들을 조사하고 있다.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뿐만 아니라 사스, 메르스 사태 때도 지적된 문제이지만 신종 감염병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보면 ‘질병 탐정’이라고 불리는 역학조사관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역학자라고 불리는 전염병학자들은 병의 시작과 확산형태, 감염자 특성 등을 밝혀내기 위해 단서를 수집해 가장 먼저 병의 출발점인 ‘초발환자’(index case)를 추적한다. 페이션트 제로로도 불리는 초발환자는 질병의 발생원인, 감염성 정도, 감염양상 등 질병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대처방법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



전염병 발생 초기조건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전염병의 확산 경향을 예측하게 하고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세우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질병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응용수학자들도 투입된다. 전 세계의 방역체계 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 질병통제관리센터(CDC)에서도 의학자와 생물학자 뿐만 아니라 많은 수학자들이 질병예측과 확산을 막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감염병 예측에 많이 쓰이는 SIR 모델도 수학자와 역학자의 협동연구를 통해 만들어졌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론과 행렬을 이용해 감염가능자(S)와 감염자(I), 회복자(R) 사이에서 전염병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보여주는 SIR 모델은 1972년 스코틀랜드 수학자 윌리엄 컬맥과 역학자 앤더슨 맥켄드릭 박사가 처음 만들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감염병 역시 발생해 확산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람과 동물의 감염병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만큼 사람, 동물, 생태계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원 헬스’(One Health)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최근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들은 역사 속 감염병처럼 사망률이 높지는 않지만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신속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추고 관련 연구개발과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