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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공정·부품·조립 협업' 이끌어 세계 선도하는 '뿌리기술' 만든다
2020.05.18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장




“요식 사업가 백종원 씨가 레시피를 설명해줬다고 생각해 보세요. 요리를 금방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죠? 그런데 요리사가 초등학교 3학년생이라고 가정하면 아마 힘들겁니다. 우리 산업과 기업이 과거에 그랬습니다.”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장은 뿌리기술연구소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을 요리에 비유하며 설명했다. 김택수 소장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내 가장 큰 연구조직의 수장이자 동시에 희소금속 재활용과 금속소재 분말 기술을 연구하는 소재 전문가다. 그는 “하지만 이젠 기업에도 역량이 생겼고 산업 환경도 변했다”며 “소재와 공정, 부품, 조립 등 각 분야가 협업할 수 있게 틀만 만들어주면 우리도 선도기술을 만들 수 있게 된 상황에서 협업 틀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뿌리기술연구소는 지난 4월 기존의 ‘뿌리산업기술연구소’에서 이름을 바꾸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경기 시흥과 부천, 인천, 서울 등에 흩어져 있던 연구부문을 서로 합쳐 전체 부문을 4대 부문으로 융합했다. 김 소장은 “이제 기업 역량이 높아져 각 분야가 협력해 선도기술을 만들 준비가 됐는데, 정작 연구소의 각 연구부문이 지역별로 흩어져 협력을 통한 원천기술 연구개발(R&D)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통합으로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직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소 이름을 ‘뿌리산업기술연구소’에서 ‘뿌리기술연구소’로 바꾼 배경에는 ‘뿌리기술’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김 소장은 다시 한번 비유를 들었다. 그는 “과거 기업의 역량이 낮을 때엔 추격형 전략을 통해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여 한국전쟁 전 후 전세계 최하위 수준에서 선두권으로 금세 따라왔다”며 “이를 위해 ‘산업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전략이 주효했지만 5등에서 4등, 3등, 나아가 1등이 되려면 확보된 산업기술을 바탕으로 선도기술을 개발하고 익혀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뿌리기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기술에 국한되지 않고 선도형 뿌리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해 이를 지자체와 기업에 지원함으로써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철학이 그냥 구현되지는 않는다. 김 소장은 먼저 연구와 논문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 계획이다. 실제로 뿌리기술연구소는 최근 논문의 질과 양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논문 수가 지난해 89건에서 올해 111건으로 껑충 뛰었다. 목표 대비 17%가량 높은 수치다. 우수논문도 43건으로 2017년의 36건보다 늘었다. 목표보다는 무려 30% 높은 수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 소장은 “세계 1등이 되려면 남들이 미처 알아내지 못한 분야를 정밀하게 관찰하고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논문을 통해 데이터를 몇 년간 축적해야 비로소 세계 1등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연구도 혼자해서는 안 되고 수백 개 기관과 기업이 데이터를 합쳐가며 만들어야한다”며 “과거에는 어려웠지만 데이터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부터 기업들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일할 환경과 목표를 새롭게 제시해 주는 일이다. 그는 “철강산업의 경우 업무나 작업은 비슷하지만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한다”며 “단지 대기업이라서가 아니며 환경이 달라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소에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게 하고 자신만의 프로그램과 성장모델을 만들게 하면 더욱 동기를 갖고 연구할 수 있다"며 "때론 인공지능(AI)의 융합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때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뿌리기술연구소가 주조와 금형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시키고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반으로 공정을 통합하고 자동화하면 중소기업 하나하나를 ‘대기업’처럼 모두가 일하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역할을 현장에서 차곡차곡 밟아 나갈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김 소장의 의지다. 



김 소장은 연구소 내 연구자들의 역량과 책임감에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다. 그는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처럼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라며 “함께할 연구자를 믿고 좋은 연구환경과 예산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다음은 김택수 소장과의 일문일답.



Q. 뿌리산업기술연구소에서 뿌리기술연구소로의 변화는 어떤 의미인가. 


“뿌리산업은 소재와 부품을 만들고 상호 연결해주는 핵심공정산업이다. 다른 말로 생산기반기술이라 불린다. 연구소의 이름이 현재로 바뀌기 전까지는 현장 중심의 기술에 중점을 뒀다. 주로 애로기술지원, 경쟁기술개발 등이었다. 과거에는 기업의 역량이 부족했고,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형 전략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산업 역량이 많이 높아졌다. 선도 기술을 익혀서 다음 세대에 이전해줄 충분한 역량이 쌓였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환경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그에 따른 제조혁신기술인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등을 선제적으로 산업에 접목시킬 수 있다. 이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에서 뿌리기술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다.” Q. 2개의 국가위임부서(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한국희소금속센터)와 4대 연구부문으로의 변화는 어떤 의미인가.


“이번에 각 부문을 융합해 4대 부문으로 통합한 것은 입지에 따른 분야별 분리 상황을 극복하고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포석이다. 뿌리연구소는 생기원에서 가장 큰 조직이지만, 뿌리분야별 위치가 인근 도시로 분산돼 있어서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예를 들어 6대 뿌리분야 중 금형 분야는 경기 부천에, 열·표면 처리 분야는 경기 시흥에, 주조 성형은 인천에, 국가뿌리진흥센터는 서울에 각각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부문이 사람도, 정부 지원도 다 따로 이뤄졌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부문 통합을 감행했다. 주조, 금형, 성형은 형상제조 연구부문으로, 용접 접합과 표면 처리는 부품기능 연구부문으로 각각 합쳤다. 열처리와 디지털제조는 공정지능 연구부문으로, 융합공정소재와 희소금속 분야는 융합소재 공정 연구부문으로 각각 합쳐졌다. 국가뿌리센터와 뿌리연구소의 융합으로 각각의 국가뿌리정책을 선도하고 산업기술을 균형적으로 선도할 수 있게 됐다. 희소금속센터와 융합공정소재그룹가 결합된 것도 소재분야에서 같은 효과를 유도하는 기틀이 될 것이다.”



Q. 조직 개편에 따른 연구소 운영 전략은 무엇인가.


“2개의 정부위임센터와 4대 연구부문간 자유롭고 도전적인 교류 환경을 조성해갈 예정이다. 먼저 하드웨어적으로는 여러 가지 상설 위원회를 만들어 상호 현안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기술 간 융합 및 기술-정책 간 융합을 통해 산업 선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예정이다.”



Q. 뿌리산업 개편에 따라 연구원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국가산업의 확장에 따른 뿌리산업의 역할과 분야도 지속적으로 팽창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양한 산업이 창출되고 또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상황에서, 뿌리산업 분야의 확대는 바람직하다. 뿌리연구소는 기존 6대 분야에 강점이 있기에 다소 불리한 개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뿌리연구소 내에는 이미 개편분야에 적합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전문가가 존재하고 원 전체로 보면 인력 풀은 더욱 깊다. 그러기에 우리의 역할이 더욱 증가하리라 생각한다.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뿌리산업발전도 더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뿌리연구소 자체적으로는 이를 대비한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 또 개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을 뿌리연구소의 그 동안의 경험을 공유해 최대한 빨리 안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Q. 뿌리기술연구소의 지자체 기여 및 협력 사례는 무엇이 있나.


“연구소는 원래 인천이나 수도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전국의 소재와 공정 연구개발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본부가 많이 생겨 각각의 지역을 위임했다. 우리는 인천 등 수도권에 더 집중할 이유가 생겼다. 특히 수도권은 전국 뿌리 분야 공장 70%가 밀집해 있어 중요성이 크다.


그런데 인천 남동공단도 최근 공장이 많이 줄고 있다. 예전에 7000개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4000개로 줄었다. 2000개까지 줄어든다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개개의 공장은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전략을 실행중이다. 뿌리기술연구소는 남동공단을 비롯해 인천, 시흥, 부천지역 산업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해 왔다. 연구 예산의 약 50%를 지자체 기업 및 기관들을 위해 활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생기원의 전체 중소·중견기업 지원 건수 증가율은 97%로 감소세인 반면 인천지역의 지원 건수 증가율은 111%로 매우 높다. 현재 성장세를 반영하면 5년 뒤 지원 비율은 생기원 전체에서 46%를 차지할 예정이다.


또 인천지역 소재 기업 지원이 생기원 전체 기업지원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인천 소재 중소·중견기업 933개사를 ‘파트너기업’으로 선정해 애로기술 해결, 전문가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으로 집중 지원 중이다. 인하대와는 뿌리전문대학원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 뿌리산업종합지원방안과 희소금속센터를 중심으로 소재실증화단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 부천과 시흥에서도 지자체와 활발히 협력 중이다.”



Q. 코로나19 이후 제조업 환경이 많이 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뿌리기술연구소는 이러한 제조환경변화에 어떤 대응 전략을 갖고 있는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3분기 내 80% 제조업체들이 경영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충격은 가볍게는 해외 영업활동 제한, 근로시간 감소에서부터 심각하게는 수요처 부재, 현금 유동성 경직, 생산 중단, 정리해고까지 제조산업 생존의 모든 요소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사태에 뿌리기술연구소는 ‘인천지역 공단 활력화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근본적인 방법론은 IT강국 한국이 코로나 확진자를 한자리 수 아래로 떨어트려 유지하고 있는 비결인 ‘빠른 정보수집과 분석, 그리고 투명한 공개’ 전략과 상통한다. 시범적으로 인천 남동공단 입주기업의 인력, 장비, 기술, 제품에 대한 정보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 간 인력·장비 수요를 원스톱으로 연결해 생존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이다. 현장 수준별 인공지능(AI) 교육을 시켜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제조업이 다시 활성화될 때 AI 중소기업을 환골탈태하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제품 판로가 붕괴한 경우 우회 및 대체 시장 진출이 가능하도록 품질평가, 인증, 기술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을 구동할 계획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든 제조업체가 이 위기를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뿌리기술연구소가 구상하고 있는 공단 활력화 플랫폼은 생존에 실패한 기업에 대해서도 그들의 생산장비가 고철로 처분되지 않고 가장 적합한 공정을 찾아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대로 가치를 평가해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실직 근로자 또한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적 능력가치를 재평가해 제조산업 부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