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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공정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 향한 융합기술 가치 내걸었다
2020.05.18



┃남창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소장



“섬유기술은 융합을 통해 점점 사람을 향한 기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섬유소재를 사용해 악취를 유발하는 유해인자를 없애는 기술 개발이 그런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바이러스나 세균까지 없애는 기술을 공기청정기에 도입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남창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소장은 융합기술이 나가야 할 길의 끝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융합기술연구소 목표가 사람 중심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생활에 적용하는 연구에 있다는 것이다.


남 소장은 섬유 염색과 가공 관련된 연구를 주로 해온 섬유기술 전문가다. 염색 공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팩토리와 섬유 염색의 청정화, 에너지 절감 연구를 해왔다. 생기원 실용화기술부문장과 경기지역본부장을 거쳐 올해 3월 융합기술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남 소장은 “2014~2015년 경기지역본부장을 맡은 지 5년 만에 다시 보직을 맡았다.”며 “사람 중심의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원들이 연구 환경에 몰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한편, 좀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조직 개편이 지난 4월 단행됐다. 융합생산기술연구소라는 기존에 쓰던 이름을 버리고 융합기술연구소로 명칭이 변경됐고, 7개에 이르던 연구그룹도 로봇응용연구, 공정플랫폼연구, 섬유융합연구, 휴먼융합연구 4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남 소장은 “융합생산기술연구소에서 ‘생산’을 뺀 것은 공정 위주의 기술 개발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연구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융합기술연구소는 기존 제조 현장 중심의 생산기술 개발에서 사람 중심의 융합기술 개발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재정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기술연구소는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섬유융합연구부문의 연구용 필터 제조 장비를 활용해 마스크 필터를 생산했다. 남 소장은 “3월 말부터 마스크 부족에 시달리던 일반인을 위해 마스크 필터를 일주일에 350~400kg 정도 생산하고 있다”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그룹이 7개에서 4개로 재편되면서 연구원끼리의 융합연구 기회도 더 늘었다는 평가다. 대규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남 소장은 "아직 조직 개편이 시행된 지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코로나19 여파로 외부 활동에 제한이 많아 손 볼 부분은 남아있다."며 "앞으로 1년 정도는 지금의 조직을 안정화하고 보완할 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직 개편으로 생기원 미래산업전략연구소에 있던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와 패키징기술센터도 융합기술연구소 산하로 편입됐다. 남 소장은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와 패키징기술센터는 각각 산업 융합 정책과 패키징 산업 육성 정책을 입안하고 관련 내용을 다루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융합기술연구소에 기존에 있던 연구부문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성큼 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AI) 시대에 발 맞춰 제조 혁신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다. 남 소장은 “융합기술연구소는 AI 시대에 부응할 만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AI의 기본 재료가 되는 산업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융합기술연구소는 제조공정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수집·처리·분석하는 공정지능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융합기술연구소는 생기원의 주요 설립 목적이기도 한 지역과의 협력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안산시에 소재한 기업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한 ‘안산시 강소기업지원육성사업’을 전담 운영했다. 4년 간 총 15개 기업을 지원했다. 


남 소장은 “안산시 분석결과에 따르면 투자금액 대비 20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다.”며 “특허출원 등록의 경우, 같은 기간 제조업 평균 11% 늘어났을 때 사업대상 기업들은 500%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기업 매출 역시 전체 기업 평균이 3% 늘어날 때 대상 기업은 30% 늘어났다.”며 “이런 성과에 힘입어 안산시의 요청으로 2차 사업도 4년간 진행한다.”고 말했다. 융합기술연구소는 이외에 안산시 제조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디지털 제조스튜디오’ 사업도 지난해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남창우 소장과의 일문일답.


Q. 융합생산기술연구소에서 융합기술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다. 변화는 어떤 의미인가. 


“어떻게 보면 외형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사람들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과 이름의 간소화라는 측면을 고려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볼 때 기존 제조 공정 위주의 기술개발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융합기술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를 가졌다. 예를 들어 로봇과 사람이 협력할 수 있는 유연생산시스템, 섬유소재 기반으로도 공기에 있는 유해인자와 악취를 제거하는 시스템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융합기술을 통해 사람을 위하는 제조환경과 생활환경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치를 정립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Q. 조직 개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조직 개편을 평가하기엔 두 달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다만 장점을 꼽자면 다른 분야의 연구그룹끼리 합쳐져 연구원끼리 활발히 융합과 협력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대단위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굳이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아직 조직 개편이 이뤄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화가 되지 않았다. 최소 올해 정도는 지나봐야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산업전략연구소 산하에 있던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와 패키징기술센터가 연구소 산하로 편입되며 시너지 효과도 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연구를 하는 융합기술연구소와 협력해 연구개발(R&D) 단계를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에서는 신제품의 실증을 지원하는 리빙랩(Living Lab.)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연구개발 과제는 리빙랩을 활용한 결과물의 실증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연구부서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Q. 마스크 필터 지원은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


“국내에서 코로나19 이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 2월 초 정도다. 국내에서 마스크 수요가 늘다보니 마스크 필터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생기원에 연구용 필터 제작 장비가 있는 것을 파악하고 연락이 왔다. 마스크 필터 생산 가능여부를 검토해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유지보수 기간을 포함해 일주일에 350~400kg 정도 마스크 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연구장비를 생산용 장비로 운영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Q. 융합기술연구소의 지자체 기여 및 협력 사례는 무엇이 있나.


“안산에 소재한 기업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안산시 강소기업지원육성사업’을 전담운영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해 4년간 50억 원을 투입했다. 15개 강소기업을 지원했다. 안산시가 사업결과를 분석한 결과, 투자금액 대비 20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기업들의 특허등록, 매출 등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안산시와 함께 2019년부터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단계도 4년 간 진행된다. 


안산시 제조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디지털 제조스튜디오’를 안산시과 공동으로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안산시 내 한 극장을 개조해 제조 창업기원 지원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3차원(3D) 프린팅 장비, 정밀 기계 등을 두고 창업기업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엔지니어링 기술 컨설팅도 한다. 시제품을 촬영하고 홍보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있어 디지털 제조스튜디오란 이름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Q 앞으로 연구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조직을 안정화하는 게 우선이다. 기본적인 철학은 연구원 개개인이 연구활동에 불편함이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좀 더 연구환경에 몰입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생각이다. 처음으로 부문장들과의 만남을 가졌을 때 가능한 자율적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상식에 근거한, 예측이 충분히 가능한 그런 운영을 하려고 한다. 연구원들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원 차원의 직무교육 같은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도 가지고 있으며, 향후 연구소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융합기술연구소가 이전한 지 13년이 됐다. 공간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이 내부 공간을 어떻게 효율화할 지 고민하고 있다. 불필요한 장비를 폐기하고 새로운 장비를 재배치할 예정이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의 협력도 늘릴 예정이다. 이미 한양대와 공동학과를 만들기로 했다. 로봇을 중심으로 하는 융합학과로 상당히 좋은 협력이 모델이 될 거라 생각한다.


융합기술연구소는 AI 시대에 부응할 만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히 AI의 기본 재료가 되는 산업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고 있다. 현재 융합기술연구소는 제조공정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수집·처리·분석하는 공정지능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AI 인재만 갖춰진다면 큰 틀에서 국가적으로 산업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